보전생물학은 어떤 집단의 절멸을 막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절멸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 방법은 그 집단의 개체들이 갑작스럽게 몰살당하지 않도록 하고,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위협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보전생물학의 일선에서 증식-방류에 매우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식-방류를 통한 보전정책의 역사는 사실 한국이 아닌 서구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증식 방류 보전정책의 대상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연어과가 바로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북미의 거대한 오대호 연안과 미주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에는 저마다 증식장이 있어 해마다 많은 개체들이 방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저명한 학술지에 연달아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동안 양식에 의해 방류된 개체와 자연에서 번식된 개체들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방류된 개체들의 비율이 재래집단의 비율을 능가할 뿐만아니라, 그 집단에 의해 재래집단의 유전적다양성은 급감하고 개체의 생존과 번식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적응도'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온실속의 화초이자 서로 근친관계인 양식장에서 개체들은 야생에 방류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근친교배에 의한 유전적 열세를 보여줍니다. MHC라고 하는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야생형인 거피의 경우 개체당 평균 15개 이상의 다양한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양식장에서 선발육종된 개체들은 개체당 평균 5개 미만의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개체들이 자연에 풀려나가 그 집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양성이 떨어지는 면역유전자를 보유한 양식개체들은 야생의 다양한 병원체에 적절히 대항할 수 없을 것 입니다.
증식-방류는 멸종위기종의 보존이 아닌 우리의 단기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전을 위해 쓰이게 되면 언론보도자료 외에 어떤 실질적 이득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는다는 점을 모두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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