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번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이하 '보호종')에서 해제된 잔가시고기 Pungitius kaibarae
한 멸종위기 해제종의 운명
잔가시고기라는 물고기가 있다. 부성애로 유명하여 소설로도 등장한 가시고기의 사촌격인 물고기다. 우리나라에선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일부 작은 개울에 주로 살아가며, 내륙에서는 낙동강의 작은 갈래인 금호강에서 서식하고 있다. 외국에선 일본에서 서식하고 있었으나 일본의 집단은 현재 절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체수가 희귀하여 얼마전까지는 보호종이었던 물고기다.
그러던 것이 어떤 이유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멸종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었다고 짐작되지만, 잔가시고기가 실제로 멸종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잔가시고기는 2012년에 보호종서 해제되었다. 보호종에서 해제된 이후 잔가시고기를 주제로 한가지 현상이 종종 관찰되기 시작했다. 그 현상은 바로 "사육을 위한 잔가시고기의 포획"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판매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 하다.
충분히 납득이 간다. 왜냐하면 잔가시고기는 관상어로 매력적인 요소를 적잖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형종이기 때문에 작은 수조부터 대형 수조에 까지 수용이 용이하고, 먹이붙임은 까다롭지만, 사육의 방법이 크게 어렵지 않은 종이다. 그리고 체색과 형태가 다른 물고기와 달리 유별나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양하고 분명한 행동을 보여주는 점도 이들의 매력에 한 몫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행동생태학의 연구재료로 큰가시고기과 Gasterosteidae의 종들은 전통적으로 애용되어 왔다.)
그래서 잔가시고기는 보호종일 때에도 몰래몰래 길러 왔던 이들이 있었다. 게다가 그것을 몰래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알고 있기도 한 그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 때문에 잔가시고기의 관상어 산업화가 가로막혀 있다"고... 만약 자연상태의 집단이 궤멸되어 버린다면 우리가 늘 이야기하고 강조하고 또한 공감하는 '지속가능한 이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연상태 집단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자유롭게 이용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용이 보장되어야 함을 주장해 왔다.
보호종에서 해제되자 마자 잔가시고기의 서식처로 달려간 이들에게 있어서 잔가시고기의 "보호종 해제는 곧 호재"였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허무한 결말이 예상된다. 사실 몰래 보호종을 기르는 사람들이 내게 알려준 결말이기도 했다. 그들이 시작한 호기심 어린 사육은 곧 싫증이 날 것이다. 그들이 주장했던 순기능이 증명된 역사는 내가 민물고기에 얽혀 살아온 20여년 동안 아직 없었다. 더욱 구체적인 판단은 머지않은 훗날에 후대의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한가지 드는 생각이 있는데, "진귀한 종들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게 있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상아 때문에 밀렵되는 아프리카의 코끼리나, 관상용으로 남획되는 열대의 진귀한 종들이나 우리의 잔가시고기나 슬프고 안타깝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슬퍼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차분히' 잔가시고기가 처한 상황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집단마다 다른데, 강릉 남대천 이북은 꽤 많은 개체수를 만날 수 있는 반면 형산강과 금호강 집단은 제한된 구간에서 밀도높게 서식하던 것이 그마저도 최근의 서식지에 이루어진 공사로 개체수도 줄어든 상황이다. 물론 개체수가 풍부한 집단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개체수가 많더라도 그들의 유전적 근친도가 매우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집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이해하고 지식과 정보를 쌓아갈 수록 그들에 대한 애정과 효과적인 보존은 더욱 증진될 것이다.
현실은 비록 슬픈 운명일지라도 그것을 거스르는 상황이 올 날이 머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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