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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1부)

by 하늘종개 201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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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지방중소도시에서 1985년 겨울부터 내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의 어린 날은 여러 자극들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다. 과학전집, 위인전집, 백과사전 등 여러 책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블록(레고)장난감도 풍성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의 직업 탓에 집에는 신나와 각종 물감 향이 가득했고 그림이 넘쳐났지만, 나는 거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난 공부보다 집밖에 나가 노는 것에 더욱 큰 흥미를 느꼈다. 뒷산너머의 동물원은 농담 안보태고 100번은 넘게 다녔을 정도. 동네의 몇 사람만 아는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니, 입장료는 무료였고 필요한건 단지 걷는 노력만 필요로 했다. 


내가 있던 동네는 위치가 절묘했다. 여러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했으니까. 그 덕분에 주변의 모든 환경은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다. 어린이의 걸음으로 20분정도면 도달하는 거리에 승마장이 있어서 운이 좋으면 말을 타기도 했고, 말들의 집인 마사에서 놀기도 참 많이 놀았다. 말들 한마리 한마리 들여다보며 이름을 외우기도 했고, 말들의 밥인 짚더미를 뒹굴며 강아지들과 놀기도 했고, 어느날은 말발굽을 갈아끼우는 장면을 신기하게 보았던 기억도 남아 있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한번 느낀 강렬한 자극에 대해선 몰입하는 정도가 꽤나 컸던 것 같다. 어느 날 영화<쥬라기공원>을 본 뒤 공룡에게 꽂혀서 한동안 공룡의 이름을 줄줄 외웠고, 공룡에 대한 책을 사고,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구경을 갔다. 아버지를 졸라서 서울의 코엑스까지 올라가 구경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


지금도 가끔은 화석과 고생물에 대한 흥미가 살아나곤 한다. 야외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석에 꽂혀 몇 시간을 화석을 캐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이나 아직까지 웬만한 공룡들의 학명들이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박혀있는 걸 보면 어린 시절의 각인은 강렬한 것이 분명하다. 


공룡에 대한 흥미 다음에 나의 흥미는 고고학으로 옮겨갔다. 관심이 이동한 계기는 불분명하다. 어느날 내 머릿속을 파고든 역사 속 유물에 대한 호기심은 그 당시 우리 집에서 구독하던 일간지의 고고학 스크랩으로 이어졌고, 그 성과물이 꽤나 주변에서 보기에 인상적이어서 주변 어른들의 호평을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그 다음의 흥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바로 '물고기'다. 


물고기와의 인연은 태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는 늘 어항이 있었다. 그 안에는 비단잉어와 금붕어가 가득했다. 내가 태어나고도 집에는 어항 (수반)이 놓여 있었고 나는 거기에 장난감 보트를 띄우고 놀았다.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야외로 사생을 나갈 일이 잦았던 아버진 내 흥미를 꺠우려고 개울에다가 페트병을 잘라서 만든 통발로 물고기며 다른 물 속에 사는 생물들을 가져오시곤 했다. 주로 버들치며 도롱뇽, 개구리 알 등이었는데, 우리집에 온 생물들은 베란다에 있는 수반에서 길러지곤 했다.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던 물고기였건만, 어느 날 동네 형들을 따라서 갔던 개울에서 내 뇌리에 깊게 박히게 된다.  개울은 그 당시엔 '용진냇가'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소양천'이라고 부르는 개울이다. 도시의 외곽에 위치하여 사람들로부터 관심 밖에 있던 개울이다 보니 그다지 훼손되지 않은 천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개울에는 '엄청난 숫자(걸어다니면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다리에 부딪힐 정도)'의 물고기 떼가 가득했다. 이름은 알 턱이 없다. 그저 숫자에 압도될 뿐. 물고기들의 살아있는 생명력은 멸종한 공룡이나 수백년된 유물의 그것을 능가하는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내게 가장 큰 자극이었다.


그 자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물고기들을 잡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처음엔 종이컵으로 시작했다. 앉으면 가슴까지 오는 물에 앉아서 종이컵을 담그고 물고기떼가 지나갈때 퍼올렸다. 처음 잡혔던 물고기는 정확하게 각시붕어 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당시엔 이름을 몰랐다.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은 내 지적인 갈증을 부채질했고, 동네 서점에서 <민물고기>라는 책을 구입할 동기를 제공했다. 어찌나 잘 외워지던지 그 책에 나오는 수십여종의 물고기 이름은 금방 외워졌다. 이제 실전의 시간. 과연 내가 갔던 용진냇가에 사는 물고기들이 무엇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확인은 방학 내내 이어졌고, 동시에 집안 어항에도 여러 종의 물고기들이 채워지게 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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