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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 - 영화 <오펜하이머> 후기

by 하늘종개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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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얼마전 관람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스트로스와 오펜하이머 사이의 갈등 구도"로 요약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트로스의 치졸한 복수극은 원자폭탄이 그러하듯 자기파멸로 귀결된다.

내가 관람하며 영화 줄거리에서 가장 주목했던 지점은 바로 스트로스가 자멸하는 과정이었다.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보는 내 심리상태가 투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스트로스처럼 한 사람을 파멸시키기 위한 악한 동기를 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실행 전략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행하는데 단 한치의 주저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스트로스와 같은 사람을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없다고 보면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겠다는 자들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슬프지만, 그들의 집요한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영화 속 오펜하이머, 역사 속 오펜하이머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 비극적 전개 과정에 대한 한가지 교훈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들의 공격을 받더라도 좌절할 것까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다만, 그 공격에도 흔들림없이 오랫동안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하더라도 결국 나의 존재가 스스로 보기에 떳떳하기만 하다면

오펜하이머 처럼 결국 복권되고 진실이 드러나는 날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수천종을 발견한 위대한 어류박물학자 데이빗 스타 조던이 반대파를 배제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이제는 족히 전 세계의 수백만명이 알고 있다.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게 행한 치졸한 복수극의 끝에 마주한 업보도 역사속에 박제되었다.

 

극 중 스트로스의 보좌관이 했던 태도 변화와 그의 마지막 말은

어쩌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태도를 반영하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지 않을까?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보좌하는 스트로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여 그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 중 스트로스의 치졸한 행적들이 드러나감에 따라 그의 태도는 서서히 변해간다.

결국 감정을 남김없이 쏟아내 밑바닥을 보이는 스트로스 앞에서 그는 결국 냉소적인 태도로 변한다.

 

그는 스트로스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아마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당신에 대한 뒷담화가 아니라 (당신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을 것"

 

이는 스트로스 당신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며, 당신의 가치는 그들의 가치보다 한없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시간은 치졸함을 사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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