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듭니다(ontogenic). 반면, 평가와 판단은 나이가 들수록 빨라지지만 그만큼 편향의 위험성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판단(judging)과 호기심(curiosity)은 어쩌면 제로섬 상황인 듯 합니다. 흔히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호기심은 줄어들고 평가가 늘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현저해지곤 하지요.
호기심을 더 발휘하여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래는 그 답입니다.
이는 단순히 성격의 변화라기보다는 인간의 생존 전략과 뇌의 효율성 추구 메커니즘이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탐색 대 활용(Explore vs. Exploit)'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탐색(Explore) vs. 활용(Exploit) 단계의 변화
컴퓨터 과학과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인생 주기를 크게 두 단계로 나눕니다.
- 어린 시절 (탐색 단계): 세상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효율성은 떨어지더라도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질문하는 '호기심'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 나이 든 이후 (활용 단계): 이미 축적된 데이터가 많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찾아 에너지를 쓰기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성공 방식(경험)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것이 생존과 에너지 효율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예시: 어릴 때는 처음 보는 식당에 들어가 새로운 메뉴를 시도합니다(호기심). 나이가 들면 맛이 보장된 단골 식당에서 늘 먹던 메뉴를 시킵니다(판단/활용). 실패 확률을 줄이는 과정입니다.
2. 유동성 지능 vs. 결정성 지능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Raymond Cattell)은 인간의 지능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 유동성 지능 (Fluid Intelligence):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호기심과 직결되며, 청년기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합니다.
- 결정성 지능 (Crystallized Intelligence):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리는 판단력입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계속 상승합니다.
나이가 들면 뇌는 새로운 신경망을 만드는 것(호기심)보다, 이미 견고하게 구축된 신경망을 사용하는 것(판단)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것이 겉으로는 "호기심이 줄고 평가하려 든다"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3. 패턴 인식 능력의 강화 (뇌의 게으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뇌는 '패턴 인식'의 달인이 됩니다. 어떤 현상을 보면 "아, 이거 옛날에 겪었던 A랑 비슷하네, 그럼 결과는 B겠군"이라고 0.1초 만에 결론(판단)을 내려버립니다.
- 장점: 빠른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통찰력).
- 단점: 대상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의지(호기심)가 사라집니다. "내가 다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워집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메커니즘이기도 합니다.
결론: 이것은 뇌의 '절약 모드'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은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입력(호기심)' 모드에서 '출력(판단)' 모드로 전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경향이 실재한다고 해서, 우리가 호기심을 잃는 것을 방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은 죽을 때까지 유지되므로, 의식적으로 '판단을 유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