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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막 끄적이는 세상 이야기 ep. 1

by 하늘종개 201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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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느덧 1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못생긴 붉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현재는 깊은 새벽입니다. 시간은 3시를 향하고 있군요. 자야 할 시간인데 잠이 하나도 오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잠이란 녀석은 가고 고민이란 녀석이 이 시간대에 출몰합니다.

오늘은 알 수 없는 분노가 머리 속을 맴돌아 잠을 이룰 수 없네요. 분노를 추스르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 봅니다. 거울속의 제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늘 인상을 쓰다보니, 미간이 불룩 솟아올라 퍽이나 공격적인 인상으로 바뀐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인상을 계속 들여다 보니 이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린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인상이 굳어진거 계속 이대로 막 가자는 생각도 드네요.

방금 전 인터넷에서 본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깊게 내쉬어 봅니다. 한숨에는 측은함이 깊게 베어있습니다.

저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보다 2살 어린 친구가 몇 일 전에 몇 백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옆 동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방금 전 우연하게 인터넷 뉴스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이 오지게 춥다지만, 이곳 저곳에서 슬픈 소식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또 다른 어떤 뉴스에서 20대후반의 어떤 사람이 기차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도 어떤 젊은이가 세상을 스스로 등졌군요.

문득 이번에 자살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 포털에서 '자살'이란 검색어로 검색해봅니다.

첫 화면에 이런게 뜨네요.


제가 자살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살이 뭘까란 생각에 검색을 해보았건만, 이 포털업체에서는 검색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색어를 쓴 내게 "자살따위 일랑 접어둬"라고 훈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위선적인 설교의 연장선일 것 같다는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 너희를 자살이란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주겠다는 어설픈 외침이 들립니다.

저는 위의 안내문 중에 이 표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 곁에 우리가 있어요!"

과연 누가 있단 말일까요? 저기에 나열된 전화번호들에 전화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자살을 결심했다고 가정 할 때에 위에 나열된 상담소에 의지하여 자살을 모면하시겠습니까? 과연 누가 그럴까요? 자살을 어렴풋이 생각한 사람에겐 그럴싸해보이지만,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무책임한 안내아닐까요?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합니다. 죽겠다고 합니다. 그간 죽기도 많이 죽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곰곰히 되짚어 봅니다.

일찍이 Emile Durkeim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표현에는 자살이 갖는 의미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의 문제임을 한마디로 응축하고 있습니다. 자살은 무언가 고프기 때문에 하는 것 입니다. 그 고픈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곧 사회의 기능입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소외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Durkeim의 표현대로 자살은 소외된 이들의 최종 선택입니다. 소외를 겪어보지 않았던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살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높은 관심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소외를 경험했을 때 그 충격으로 인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자살의 대부분은 소외된 이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http://blog.daum.net/whooa/1083480).

자살은 소외된 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데시벨의 외침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절대로 자살을 뛰어넘는 크기의 울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만일 전태일씨가 불로 화하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 일개 노동자로 이름없이 사라져갔겠죠.그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지만, 분명 큰 울림을 만들어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소외된 이들이 자신의 죽음을 댓가로 세상에 토해낸 울림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 울림에 전율이 돌고 눈물이 맺혀 잠이 오질 않습니다.

소외된 이들이 모두 죽고나면, 이 세상에는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서 평화로와 질까요?

그동안 스스로 소외를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라도 소외를 벗어나려 했던 이들이 적잖음에도 우리들은 왜 소외로부터 자유로와 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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