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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나는 적폐인가?

by 하늘종개 2017.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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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를 내뿜지 않는 오래된 실험실들은 자금을 먹는 밑 빠진 독일 뿐이다. 또한 중요한 점은, 좋은 관리자라면 더는 홈런을 치지 못하는 과학자들을 은퇴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채택하여 끊임없이 쇄신하는 사람만이 중년에도 연구소 구성원으로 남을 자격이 있다.


- DNA 구조의 발견자 제임스 왓슨의 회고록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중에서...


적폐란 오랜 기간동안 쌓인 폐단을 말한다. 적폐는 달리 있지 않다. 위에서 왓슨이 이야기한것처럼 활기를 상실하고, 자금을 먹는 것만을 즐기고, 홈런은 커녕 번트를 갖다 댈 용기도 내지 못하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채택하지도 못하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쇄신하지 못하고... 게다가 젊음의 에너지도 없고... 그것이 적폐말고 달리 무엇으로 불러야 겠는가? 


가끔은 내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슬픈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나는 석사때부터 무려 7년을 이곳에서 보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실과 이 학과를 거쳐가는 동안 나는 늘 이 자리를 지켜왔다. 보내온 시간만으로 보았을 때 적폐 중에 '적'은 완성되었다. 요즘들어 되새김질 하는 생각 하나는 바로 "폐단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연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두렵고, 저기 제임스 왓슨이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쇄신할 수 없다면 아무리 나 스스로를 변호하며 타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 한들 나는 적폐가 된 것이다. 슬프게도 모든 적폐는 민폐를 불러온다. 적폐가 되는 그 순간 주변은 한마디로.. 힘들어진다. 그 힘들어하는 상황을 모른채 애써 무시하면 적폐의 폐단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한다.


나는 그 적폐의 사슬을 끊는 사람이고 싶다. 


이곳에서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리고 적폐가 되어간다고 자각할 때 모든 걸 마무리 지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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