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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유사전문가

by 하늘종개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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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글 중에 인상깊은 글은 개인적으로 저장해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 글들 중 "머지않은 장래에 인용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 장래가 빨리 다가온 듯 하다.

 

그 글인 즉 다음과 같다.

전문가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 전문가

근래 대중적 호응을 얻는 이들 가운데 전문가/전공자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그 배척을 통해서 자신의 팬덤을 구축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나는 이런 부류를 '유사pseudo 전문가'라 부른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사회에서 전문지식의 대중화는 꼭 필요하다. (나는 이 '대중화'를 '전문지식정보의 사회환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지식 커뮤니케이터'나 '지식 큐레이터'의 역할이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전문가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가에 대한 배척은 지식의 정확성을 해치고, 최신 지식에 대한 업데이트를 방해하기 때문에 지식의 대중화 과정에서 최대한 피해해야 하는 습관이다. 그런데 유사 전문가들은 오히려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 내로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전문가의 비평 혹은 문제제기를 '영업장 침입' 정도로 인식하며 불쾌감을 적나라하게 표하는 경우가 많다.

유사 전문가들의 행태는 전문지식에 소외되어 있는 이들을 자극하여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전문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혐오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몹쓸 짓이라 할만 하기도 하다. 소외 집단은 유사 전문가들의 유도에 따라 외부 지식 세계로부터 고립되게 되고, 결국 유사 전문가의 영역 속에서만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 고립된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는 서로 간에만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통해서 전문가 집단에 대한 혐오를 확정적인 것으로 만든다. 유사 전문가는 이런 분위기를 자신의 세를 키우는데 적극 활용한다. 소외된 이들의 고립을 증대시키고 이들의 네가티브한 정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 유사 전문가들의 행태는 소위 '사이비 교주'라고 불리는 이들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정보의 생산과 재생산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과 비판이다. 이 검증과 비판의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느냐의 여부는 온전한 전문가와 유사 전문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글쓴이 : 곽민수

 

위의 글에 적나라하게 묘사된 유사전문가들의 행태는 요즘 흔히 관찰되고 있다. 대중매체와 SNS를 활용해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지식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해온 이들이 지식의 생산자인 전문가들을 견제하는 것을 넘어 대중들로 하여금 전문가를 불신하고 혐오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이런 유사전문가들의 의도를 간파함으로써 이들의 광기가 찻잔속 출렁임에 그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이런 유사전문가들의 등장과 활동은 나중에 일종의 성장통으로 기록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연관된 유사전문가들의 행태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는 못느낀다. (물론 대중들을 향한 적절한 해명과 팩트체크를 이 블로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종의 취미로 이 유사전문가들의 행태에 대한 아카이브를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아카이빙의 목적은 명료하다. 후세에 영원히 교훈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어리석음을 박제화하는 것. 가방끈이 길고 짧고를 떠나서,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경험의 세월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들의 과오를 통해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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