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킹>이란 다큐멘터리가 화제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설 동물원을 운영하고 군림하는 조 이그조틱과 주변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막장 스토리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넷플릭스를 개통하기 전부터 화제였던 이 다큐를 얼마전 시청했는데, 에피소드를 거의 다 본 시점에서 문득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겪은 동물과 약자를 착취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타이거킹의 등장인물들에 정확히 대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와 착취
주인공 조 이그조틱은 대단히 카리스마가 넘치고, 그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다. 그는 사설동물원을 운영하며 자신에게 충성을 다할 잠재성을 가진 사람들을 동물원에 데려온다. 범죄자, 홈리스 출신들이 그들이다. 일주일에 10만원 정도의 급여를 주며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될 육류를 먹게 하며 착취한다. 직원들은 대형고양이과 동물들로 인해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장애를 얻기 까지 하지만, 착취는 멈추지 않는다. 이런 착취는 비단 주인공인 조 이그조틱에 그치지 않는다. 다큐에 등장하는 힘 있는 자들은 한 명의 예외없이 힘 없는 약자들을 착취한다. 자원봉사를 빙자하여 사람들을 착취하는 위선적인 캐럴 베스킨, 자신만의 하렘을 구축하여 여성들을 착취하는 닥 엔틀. 내가 아는 착취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주변인물들을 착취하는데 아주 탁월하다.
착취되는 동물
착취의 대상은 비단 인간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동물을 비즈니스의 도구로 활용한다. 다큐에 등장하는 힘있는 자들이 힘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이 착취당한다. 새끼호랑이가 인기있으니 새끼를 얻고 팔거나 처치가 곤란해지면 죽이는 식이다. 다큐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된다. 심지어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캐럴 조차 이 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다큐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보고나면 그들이 동물을 사랑했던 것인지 시청자들 스스로 답을 얻게 된다. 내가 아는 동물 착취자들 역시 입버릇처럼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하곤 했다. 놀랍게도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낯간지러운 이 위선적인 허언을 타이거킹의 착취자들 역시 즐겨 사용한다.
순진한 대중들을 향한 쇼
이 착취자들에게는 자신들의 더러운 내막을 모르지만 자신들을 위해 지갑을 열어줄 순진한 대중들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대중들은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근원이므로, 대중들을 현혹하기 위해 온갖 쇼를 한다. 그리고 그 쇼로 인해 막강한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 내가 겪은 사람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여러가지 쇼를 벌인다. 방송을 이용하고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에게 대중들은 충직한 돈벌이 수단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약점을 방어해줄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암투
이 달콤한 꿀은 한정적이고 이 꿀을 둘러싼 게임은 제로섬게임이다. 내가 유명해지려면 남을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암투가 판을 친다. 조 이그조틱과 캐럴 베스킨은 원수지간이다. 그들 사이에는 수백만달러 짜리 법적다툼도 일상적이다. 내가 겪어본 착취자들 역시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한 치밀한 암투를 벌인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그 모습들을 보는 것은 고문 그 자체였다.
이런 이유로 타이거킹은 내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타이거킹은 동물과 인간을 착취하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명작이다. 아직 이런 류의 착취자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교과서가 되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다큐를 통해 겉으로는 동물을 위하는 척 위선을 떨며 돈벌이에 급급한 자들이 결국 착취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길 희망한다.
한국의 조 이그조틱, 캐럴 베스킨, 닥 엔틀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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