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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몬트리올에서 경험하는 코로나 사태

by 하늘종개 2020.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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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몬트리올까지 휩쓸고 있다. 이곳의 국경은 봉쇄되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편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대학교는 폐쇄되고 학부 강의는 인터넷 강의로 대체되었고 대부분의 사회적 활동이 취소되고 중단되는 상황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랩도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재택하며 간간히 원격화상미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동의하고 잘 따르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계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몇 가지 사건들이 일어났다. 한인 1명은 대낮에 길에서 괴한에게 칼을 맞았고, 아시아계 현지인은 시내에서 마찬가지로 칼에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확인된 바로 몬트리올 시내의 유명한 한인식당은 괴한에 의해 기물이 파손되는 상황도 벌어졌고, 베트남계 불교사원은 불상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그간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았지만,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물론 길 위의 운전자들은 제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말그대로 '충격과 공포'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은 이 사회 속에 아시아에 대한 혐오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혐오와 그로인한 차별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물론 그 감정의 크기와 발현 정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떤이는 단단한 외피에 감추어진 씨앗이라면 어떤이는 언제든지 발아할 준비가 된 상태일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정의로운 사람일지라도 파괴적 본성이 담긴 씨앗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에 보면 검사인 하비덴트에 내재된 파괴적인 성향을 조커가 이끌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록 영화이지만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를 아이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탈바꿈 시키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안에 잠자고 있는 파괴적 본성은 존재하며 그것은 폭력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행인 점은 내가 만나고 생활하는 몬트리올과 캐나다 사람들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유감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누구보다 단단한 외피를 갖고 있다. 그 점은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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