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의 중요성은 요즘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논문의 저자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고, 감사의 글에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간다. 한것도 없는데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크고 작은 기여가 있었던 것에 대한 언급으로서 이름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그 결과물의 메인참여자들이 얼마나 협업에 장점이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단적인 예로 연말 시상식을 보자. 왜 시상식에서 누군가 상을 타면 본인을 도와준 사람들을 일일이 언급해줄까? 왜 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레딧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스크롤되는지도...
최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결과물에 그 사람의 이름을 쏙 빼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원고의 교정, 아이디어 제공, 시료 제공, 자료 수집 등등 요즘 이런 경우가 정말 자주 목격된다.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런 일들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남보다 본인이 유명해지고 싶고, 남들로부터 본인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의 1차원적인 표출이 바로 남의 도움 받고 결과물에서 그 기여자의 이름을 누락시키는 것이니까.
평생을 경쟁에 찌들며 산전수전을 겪은 기성세대들 중 이런 전략으로 젊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경우를 본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을 (속으로) 비판할 지언정 그들과 직접 맞서진 않는다. 단지 피할 뿐이다. 열차에 구역질나는 냄새를 풍기는 승객이 타면 조용히 상대않고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처럼. 그런데 경쟁적인 교육환경에서 세뇌당해온 이 땅의 자타칭 미래 세대들에서도 이런 모습은 예외없이 보인다.
이런 분들께 조언을(빙자한 꼰대질; 아재가 되었다는 증거1) 하나 해볼까 한다.
남의 크고 작은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건 단기적으론 성공적인 전략일 수 있다. 본인이 모든 공을 독점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단기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초기에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상대방들도 (흑우가 아닌 이상) 대응전략을 개발한다. 점점 평판은 나빠지고 기존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기생충이 숙주를 바꾸듯이 이 흑우 저 흑우 옮겨다니는 피곤한 삶"을 살게 된다.
그 동안 이런 사람들을 적잖이 봐왔기 때문에 이 전략에 이제 막 입문한 케이스들을 직접 보거나 듣게 되면 예전처럼 기분이 상하기 보다는 참 귀엽다 (아재가 되었다는 증거2). 이 글이 혹시나 그런 행동을 해왔던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일깨움을 줬으면 한다. 실은 이것은 내게도 도움이 된다. 협업에 재능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이 자기가 유명해지는 것에 눈이 먼 모지리들이 늘어나는 것보단 낫다.
오늘의 리빙포인트
"도움을 받아서 결과물이 나왔으면 그 결과에 도움 준 사람 이름 쯤은 넣어주자"
'━ 잡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몬트리올에서 경험하는 코로나 사태 (0) | 2020.03.23 |
---|---|
2020년부터 바뀌는 것 하나 (0) | 2020.01.27 |
안전장치의 필요성 (0) | 2018.03.25 |
비판과 회의에 대한 우려에 대한 나의 대답 (0) | 2018.02.09 |
위선자와 이기주의자가 어떻게 조직을 망가트릴 수 있는가? (0) | 2017.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