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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자의 길

멘토링에서 피해야 할 점

by 하늘종개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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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를 받고 전업연구자의 삶을 이어가다 보면 종종 멘토링을 해주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포닥은 대학원생을 멘토링해줄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적이며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 역시 후임 연구자들의 멘토로서 그 역할이 주어집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멘토링에 있어 고충을 토로하곤 합니다. 저도 좋은 멘토라고 100% 자신 할 수는 없지만,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멘토링에서 피해야 할 점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첫째, 리더로서 비전제시가 없는 것

멘토는 멘티에게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멘티는 결국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궁극적인 지향점과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만 적절히 해주더라도 멘티들은 상당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낍니다. "아. 목표지점이 저기고 이렇게 하면 될것 같고, 멘토도 그 방향을 지지하니 이렇게 쭈욱 해나가면 되겠구나"라고 느끼게끔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은 멘토링의 기본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례에서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면 멘티들은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길을 잃게 해주지 않는 것이 멘토링의 목표입니다.

 

둘째, 함께 하지 않는 것

멘토는 프로젝트의 모든 측면에서 멘티와 함께 2인삼각의 자세로 발을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멘티는 실험의 첫 단계에서 방황하는데 멘토는 본인이 바쁘다며 뒷짐 지고 손가락질만 하고 명령만 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럴때는 실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셋째, 본인의 잘못된 습관, 정보를 전승시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멘토 역시 잘못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잘못은 본인이 책임을 지면 되지만, 그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물림해주는 것은 나쁜 결과를 낳게 됩니다. 멘토는 본인의 잘못된 정보와 습관을 멘토링 과정에서 복기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본인이 사용했던 프로토콜이 있다면 비판적으로 문제점이 무엇이 있는지 되짚어보고 다시 완성한 상태에서 멘티에게 전달하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멘티는 본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물려준 멘토의 권위를 쉽게 의심하게 됩니다. 심지어 본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 입니다.

 

넷째, 바쁘다고 그들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것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며, 안좋은 감정을 안겨준 사람에게 그 누구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감정적으로 기분 상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멘토링을 자신의 과업 중 최후순위로 미루는 것입니다. 멘티는 그 누구보다 그 점을 잘 파악합니다. 자신을 등한시하는 멘토에게 멘티는 누구보다 빠르게 실망하며 이런 실망감은 멘토링을 파국으로 몰고 가게 됩니다. 나를 보잘것 없이 대하는 사람을 어떻게 따르고 배울 수 있을까요?

 

이상의 네 가지를 요약정리해보자면, 멘토링을 실패하고자 한다면 멘티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즐겨 사용하면 됩니다.

"(처음 하는 실험과 분석인데도) 이거 좀 알아서 해서 결과 갖고 와봐~" 비슷한 표현으로는 알잘딱깔센

"그건 너가 좀 알아봐~"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내가 좀 바쁘니까 지금은 안돼 (그리고 언제가 가능하다는 말도 없음)"

"실험이 안된다고? 그거 누구누구가 잘 아니까~ 걔한테 물어봐서 해"

 

본인이 위와 같은 말들을 즐겨 사용했거나 위의 사항들에 해당된다면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한 훈련을 스스로 연마하여야 하며, 그것이 도저히 안된다면,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직업보다는 본인의 연구만 집중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도 댓글로 남겨주시고 소통을 나누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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