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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야기 ━

내가 생각하는 생태사진이 수조사진보다 나은 점

by 하늘종개 201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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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돌고기와 감돌고기×돌고기 잡종. 전북 무주 (금강 상류)

생태사진이란 무엇일까?

자연 그대로를 남아내는 사진을 생태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연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내가 주 촬영대상으로 삼는 것은 물속이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그것들은 또 한반도 전역에 산재되어 살아간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모두 자연 그대로 담아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연에서 집으로 가져와 세팅하여 찍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언제부턴가 집에 가져와서 손수 세팅하여 찍는 것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다. 몇가지를 나열하자면

 

첫째, 불필요한 손실이 적지 않다.

물고기를 채집, 운반, 순치, 사육 과정에서 물고기의 생존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우선 채집하는 과정에서 서식처가 유실되거나 교란된다. 우선 그들의 자연 서식지에 피해를 입혔다. 채집해서 물통에 담아 집까지 운반하는 동안 물고기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때때로 죽는다. 다행히 집까지 가져와도 인공적인 환경에 적응시키는 과정인 '순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도 생존율은 자연상태에 그대로 있을 때보다 현저히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손실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항력 적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니다. 물고기를 수십년간 다루어온 사람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자연에서 촬영하면 이러한 소모적 손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둘째, 절대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물고기를 이렇게 운좋게 가정까지 가져왔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버들붕어, 왜몰개와 같은 소형종을 제외하고 15cm를 넘는 대부분의 중형종, 대형종들은 어항에서 이들의 자연 환경을 재현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재현했다 할지라도 물고기들은 절대적으로 이들의 자연상태의 체색과 빛깔, 행동 심지어 형태도 왜곡이 일어나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게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놀랍게도 우리가 어항에서 자연스러운 빛깔을 볼 수 있는 물고기는 몇 종 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수중 사진에 나타난 물고기의 빛깔을 보거나 물 속에서 직접 수중관찰을 한다면... 어항에서 물고기를 자연스럽게 찍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접게 될 것이다.

 

 

셋째, 피사체의 폭이 제한된다.

우리나라 물고기들은 대부분이 고유종이고 또한 희소하다. 그 중에 극소수가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으나 실질적인 멸종위기종은 법으로 보호받는 것보다 수십배는 많다! 첫번째에 이야기했던 불필요한 손실이 멸종위기종에 적용되면 문제는 난감해 질 것이다... 생태사진을 찍으면서 생태계파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을까? 이러한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폭이 중하류의 하천에 사는 10cm미만의 비 멸종위기 소형 어종으로 제한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전제에 부합하는 종이 우리나라 전체 물고기 중에 몇 %나 차지할까?

 

 

넷째, 자연 왜곡의 문제

물속 세상은 극소수의 개척자들에 의해 이제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미지의 세계이다. 물속 생태 사진은 그 세계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훌륭한 소통수단이라 생각한다.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생태 사진을 보는 대중들은 그 피사체에 대해 사전에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촬영자에 의해 인공적으로 꾸며진 물속 사진을 보는 대중은 자신이 보는 물속 세계가 실재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촬영자가 미리 자연상태가 아니라고 알려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촬영자가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해하지 않을 장치를 사전에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주석을 달게 되면 사진의 가치는 하락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은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이다. 꾸몄다면 꾸몄다고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일례로 예전에 모 양서류를 주제로 다큐멘터리가 나온적이 있다. 아마 대중들에게 처음 소개된 생소한 생물이었을 것이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양서류가 원래 살아가는 터가 아닌 어색한 환경의 세팅에서 촬영된 장면을 그 생물의 생태라며 소개했었다. 자연상태의 모습이 아닌 연출이라는 그 어떤 아무런 안내없이 말이다. 그걸 본 사람은 그 생물이 사는 환경에 대해 오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과 대중의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는 우선 진실해야 한다... 물론 가져와서 촬영하는 것이 불가피한 종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에 있어서 촬영자는 솔직하고 깐깐하고 미리 오해가 없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나는 수조사진에서 real 생태사진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사진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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