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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자의 길16

멘토링에서 피해야 할 점 학위를 받고 전업연구자의 삶을 이어가다 보면 종종 멘토링을 해주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포닥은 대학원생을 멘토링해줄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적이며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 역시 후임 연구자들의 멘토로서 그 역할이 주어집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멘토링에 있어 고충을 토로하곤 합니다. 저도 좋은 멘토라고 100% 자신 할 수는 없지만,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멘토링에서 피해야 할 점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첫째, 리더로서 비전제시가 없는 것 멘토는 멘티에게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멘티는 결국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궁극적인 지향점과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만 적절히 해주더라도 멘티들은 상당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낍니다. .. 2023. 9. 18.
미흡한 것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논문 연구를 하다보면 확신보다 불확실성 한계 그리고 의심이 늘어난다. 완벽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고 어떤 발견을 보여줄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미흡했고 증명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증명되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논문에 낱낱이 드러내는 유무야 말로 좋은 논문의 척도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이 간과되는 논문들, 다시말해 caveat이 누락되는, 논문은 독자들을 기만하고 자신을 포장하는데 급급한 결과물일 뿐이다. 2023. 4. 4.
연구의 진화 기초과학 그것도 기초중의 기초인 생태학 진화학을 연구하다 보면 늘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 몇가지. "그래서 그걸로 뭘 할 수 있나? 그걸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나?" 논문들에는 저마다 그 응용될 수 있는 여지를 설명하기 위해 지면을 할애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설명들 대부분은 실현가능성과 멀리 떨어져 있곤 하지요. 한때 그 질문들에 대해 냉소적으로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초과학에 무슨 응용을 기대하느냐 우물에서 숭늉을 찾지 말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며, 폭우, 이상고온, 가뭄, 폭설, 화재, 대형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있고, 생물다양성은 전에 없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보니, 이제 위의 질문은 제가 받는게 아니라 되려 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어가.. 2023. 3. 23.
과학자는 무얼 위해 사는가? 논문을 투고하고 리뷰를 기다리며, 또한 동시에 논문을 리뷰하고, 동시에 모 기관의 자문을 해주며, 동시에 또 다른 논문을 위한 분석을 진행하고, 틈날때 과학자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며, 연구토론을 매일같이 밥먹듯이 하는, 연구자의 삶을 살고 있다. 문득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왜 연구를 하는가? 과학자로서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포닥을 시작하고 2년쯤 지나서 였을까? 동료과학자이자 반려인과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된 상황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을 오카자키 조각, 멘델의 유전법칙,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처럼 과학을 하면서 누군가 뛰어난 업적을 쌓게 되면서 우리는 저마다의 이론과 발견들을 세상에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업적을 쌓은 사람.. 2022. 9. 30.
비판을 두려워하는 과학도에게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두가지 관점을 견지한다. 비판적 관점과 회의주의적 관점이 그것이다. 이들 관점이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기본적인 소양으로 자리매김했기에, 다시말해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치열하게 검증하고 또 연구자들 스스로 그 치열한 검증을 거친 결과들만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밝힌 사실들이 세상을 이롭게 해온 것은 두 말 할것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설사 친분이 있는 관계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연구에서 오류가 있다면 송곳처럼 비판하고 생산적 제안을 던짐으로서 상대방의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그 어떤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요즘들어 주변에서 점점 보기 드물어지는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제대로 된 비판이 두렵고.. 2022. 6. 25.
대학원 연구실 관련 33개의 명언 모음 1 내 경험 상, 연구실에 노크하는 사람 중 연구 그 자체를 하고자 했던 사람은 10명중 평균 1~2명 정도였다. 대개는 졸업유예, 취업을 위한 스펙 정도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2 인기있는 연구보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연구를 위해 연구실에 진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본인이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명확히 정하고 연구실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긴 한가? 3 만약 당신이 최저 생계비 X원을 간신히 벌고 있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두배를 번다고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면, 대학원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게 삶의 중요한 척도라면 대학원은 쳐다보지도 말자. 4 연구실(특히 한국)이란 공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기대를 안하는 편이 좋다. 간혹 좋은 사람을 만.. 2021. 12. 12.
쉽게 씌여진 논문 최근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혹독한 길을 걷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과정이 절대로 쉽지 않다. 공저자들이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저자라고 하면 같은 흔히 생각되는... 허허 웃으며 좋은게 좋은거지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다. 고맙게도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얼마전 우연히 어떤 논문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논문들을 읽으며 아래와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쉽네" "참 쉬운 길이다" 그 논문들에는 서론에는 가설과 아이디어가 없었고, 진부한 중언부언만 가득했다. 설령 가설이 있었다 할지라도, 가설을 충분히 검증할 실험을 하지 못했다. 설령 실험을 했다 할지라도 결과를 억지 해석으로 분식했다. 결정적으로 그 논문들에서 주장된 그 논문의 가치는 아무런.. 2021. 10. 20.
인간낚시질 내가 아마츄어 그리고 연구자로 삶을 시작하며 만난 일부 사람들은 가짜정보로 인간낚시질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어디가면 특별한 무언가를 볼 수 있다" "어떤 논문에서 A라고 주장했다지만, 실은 그건 아니더라" "저게 사실인줄 알았는데, 저건 사실 말이 안되는 주장이더라" 위의 주장들 대부분은 진위여부와 검증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넘어가기만 한다면 진을 빼놓을 수 있다. 과거의 나는 귀가 무척 얇았기에, 그들의 거짓에 낚여 헛발질, 허송세월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재현성이 0에 수렴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의 케이스가 누적되어서 어느 정도 초연해졌다는 점은 무척 다행이다. 이런 낚시질은 주로 중년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들의 전유물이곤 했는데.... 2021. 7. 25.
학계의 구조적 기회 차등에 대하여 세상 대부분의 환경과 자원은 균등하게 할당되지 않기에 구조적인 영합게임에 가깝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익을 입는 동안 누군가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는 연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누군가는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연구의 뜻을 굽히지만 누군가는 풍부한 재원을 물쓰듯 연구를 펼쳐나간다. 만약 재원의 획득이 능력과 실력이 갖추어진 준비된 연구자에게 우선적으로 할당되는 시스템이라면 이는 부조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100% 온당하다곤 못하지만). 하지만 그 불균등 덕분에 혜택을 입어온 것이 명백한 사람들이 그 불균등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펴지 못했던 절대다수의 사람들에 대해 연민, 겸손 혹은 배려와 거리가 먼 발언과 제스쳐를 보여줄 때 사람들은 마음이 상하게 된다. 그들의 연구를 뒷받침한 재원들이 실은 다른 .. 2021. 4. 7.
진로상담 시즌의 단상 - '질문' 그리고 '꿈' 1. 진로상담 시즌이 되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종종 받는다. “어류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느 학과로 진학해야 하나요?” “어류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느 대학이 가장 알아주나요?” “연구사가 되고 싶은데 박사학위가 꼭 필요한가요?” 따위의 것들이다. 그들의 질문이 포괄적이므로 나는 그들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주기 위해서, 다른 설명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되묻곤 한다. “어떤 분야가 관심있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연구를 하고 싶은 것인가요?” 그에 대한 질문에 대해 10명 중에 7명은 답장이 없었다... 나머지 2명은 내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자신이 했던 질문을 앵무새처럼 되물었다. “그런 건 모르겠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해줘라”는 온건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 2018. 12. 10.
연구자의 일상 번뜩 아이디어 떠오르면 관련 문헌자료 찾아서 읽고 현재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화두인지 각 잡고 각 나오면 실험 디자인하고 실험하고 결과 해석하고 보충 자료 찾고 글쓰고 지우고 교정하고 필요하면 보충 실험하고 다시 쓰고 재교정하고 투고하고 까이고 다시 재분석하고 고쳐 쓰고 오류 고치고 보내고 게재승인되고 또 동시에 이들 과정을 반복하는 그것은 (참된) 연구자의 기본적인 삶. 이것을 안하고 있거나 안할 사람들이 연구자라 자칭하거나 연구자가 될거라고 하는 것은 본말전도 그 자체 진짜가 되자. 2018. 1. 24.
연구실에서 악하게 살아남기 위한 다섯 가지 전략 프롤로그 과연 어떻게 이기적이고 기생적이고 무능력한 인간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 핵심전략 다섯 가지를 중요도 순으로 설명해보겠다. 미리 밝히자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이렇게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왔거나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공동체가 더 유린당하지 말라는 호소문이자 젊은 입문자들에게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안내문 이자, 이렇게 사는 사람들로부터 당한 만큼 배우지 않으려는 나 스스로의 약속이다. 앞으로도 내가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인간이라고 보인다면, 철저히 나를 배격해주길 바란다. 1. 조직의 책임자(PI)를 공략하라 사실 1번 전략만 잘 수행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책임자는 그.. 2017. 12. 26.
과학자의 언어 자연과학자는 자연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과학적인 합리주의로 탐구하는 사람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밝혀낸 새로운 결과를 ‘논문’이라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틀의 출판 형태로 세상에 발표한다. 만약 누군가가 밝혀낸 사실(학설)에 대해 반하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정상적인 과학자라면, 기존 학설에 반증을 담은 논문을 출판하는 것으로 반박을 하게 된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증거와 반증이 격돌하여 여러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과학자들은 해당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연구하여 자신의 데이터와 분석결과가 어떤 학설을 지지하는지를 논문으로 발표한다. 이후 여러 연구들이 축적되면 많은 지지를 받는 학설은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일반화되고 그렇지 못한 학설은 도태된다. 기린의 목이.. 2017. 6. 3.
증식 복원 사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 보전생물학은 어떤 집단의 절멸을 막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절멸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 방법은 그 집단의 개체들이 갑작스럽게 몰살당하지 않도록 하고,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그 위협요인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전생물학의 일선에서 증식-방류에 의외로 적지 않은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식-방류를 통한 보전정책의 역사는 사실 한국이 아닌 서구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증식 방류 보전정책의 대상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연어과가 바로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북미의 거대한 강에는 저마다 증식장(hatchery)이 있어 해마다 많은 개체들이 방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증식-방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 2013. 7. 15.
연구자로서 덕목이란 무엇이 있을까 어떤 대상에 대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치밀하게 추궁하여 밝혀내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연구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일까. 특히 연구를 갓 시작하고, 시작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비록 표현을 '덕목'이라 하였지만, 실제로는 성공하는 연구자들의 '공통분모', 혹은 '기본적인 능력'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수능점수? 생물 과목 점수? 과학전람회 입상여부? 토익점수 몇 점? 학부 성적? 놀랍게도 연구의 시작은 이런 지표에 결정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연구자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바로 '지적호기심'이다.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그것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야 말로 연구자로서 필요한 궁극적인 출발점이다. '지적호기심'은.. 2011. 9. 6.
[책] 과학자가 되기 위한 지침서 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제목의 번역서가 지난 5월에 소개되었다. 책의 원제는 이며, 지난 2006년에 출판되었다. 저자에 대해 소개하자면, 우선 Federico Rosei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으로 로마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물리학자로 현재 캐나다 퀘백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재직중이다. 다른 저자인 Tudor Johnson은 캐나다 출신으로 캠브리지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퀘백대학교 내의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저자인 둘 모두 인정받는 과학자라고 하며, 선배로서 과학자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신간검색을 통해서 였다. 책의 목차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보았으나, 없었기에 신간구입신청을 냈고, 몇 주 뒤에 도서관에서 볼 수 있었다.. 201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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