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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자의 길

증식 복원 사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

by 하늘종개 201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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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보전생물학은 어떤 집단의 절멸을 막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절멸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 방법은 그 집단의 개체들이 갑작스럽게 몰살당하지 않도록 하고,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그 위협요인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전생물학의 일선에서 증식-방류에 의외로 적지 않은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식-방류를 통한 보전정책의 역사는 사실 한국이 아닌 서구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증식 방류 보전정책의 대상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연어과가 바로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북미의 거대한 강에는 저마다 증식장(hatchery)이 있어 해마다 많은 개체들이 방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증식-방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저명한 학술지에 연달아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동안 양식에 의해 방류된 개체와 자연에서 번식된 개체들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방류가 이루어져온 집단들의 경우 근친교배를 통해 양식장에서 생산된 개체들의 비율이 재래집단의 비율을 능가할 뿐 만 아니라, 개체의 생존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에 살아남기에 적합한 개체들이 야생 집단에 있었는데, 양식장에서 잘 적응한 근친교배 개체들을 대량으로 풀어넣다 보니 환경에 살아남기 적합했던 특징들이 희석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근친교배에 의한 적응도 감소를 보여줍니다. MHC라고 하는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야생형인 거피의 경우 개체당 평균 15개 이상의 다양한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양식장에서 선발육종된 개체들은 개체당 평균 5개 미만의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양한 면역유전자는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인공적인 사육환경에서 숫자만 부풀려지는 것은 쉽게 비유하자면, 뻥튀기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처럼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개체들이 자연에 풀려나가 그 집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양성이 떨어지는 면역유전자를 보유한 양식개체들은 야생의 다양한 병원체에 적절히 대항할 수 없을 것 입니다.

 

한편, 양식장에서 생산되어 야생으로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질병들이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자연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 섣부른 보전 전략은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혼란만을 야기할 것 입니다. 증식-방류 보전전략의 이론적 근거를 재점검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진정 필요한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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