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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멸종위기종 채집에 대한 오해와 진실

by 하늘종개 202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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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한 종(이하 '멸종위기종' 혹은 '보호종')을 허가 없이 채집하는 것은, 지난 글(https://fishes.tistory.com/285)에도 적었다시피,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의 채집을 금지하는 규정은 내가 아는 한 많은 국가에서 시행중이다. 내가 만난 국내외 보전생물학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 대부분은 포획 자체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지 않으며,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편타당한 규제라는 점에 동의한다. 

 

해외에서는 낚시로 의도치 않게 낚여져 수면 밖으로 나올지라도 처벌하는 규정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낚시바늘의 미늘을 제거하고 수면 근처에 보호종이 보이면 물고기가 바늘을 스스로 털어내도록 하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보호종을 의도적으로 채집다니는 보호종 원정투어라는 그들만의 문화는 존재하지도 않고 만약 존재한다면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보호종인 고래류 조류 등을 낚시나 그물로 잡아서 사진을 찍고 놓아주는 취미가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혹자는 고래는 물고기와 상황이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관련된 법 조항은 관련 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해왔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보호종을 우연찮게 혹은 의도하고 채집한 뒤 그 자리에 놓아주면 괜찮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몇 해전, 멸종위기종 포획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담당부서인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허가없는 포획은 불법이라는 정식 답변을 얻게 된다. 멸종위기종의 포획은 그 의도성 여부나 잡아놓은 시간에 관계없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명확한 것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한국 최대 물고기 커뮤니티인 <한국의 물고기>와 <어살이> 회원들의 혹시모를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운영자 분과 함께 관련 사실을 공지로 안내하기에 이른다. 이후 보호종을 채집하고 자랑하는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일련의 상황은 순조롭게 수습되어 가는 것 처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누구도 남을 공격, 협박, 억압하려는 악의를 갖고 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안내하지 않았다고 본다. 만약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차라리 보호종을 여전히 채집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신고했으면 했지, "조심하시라"는 안내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아마츄어와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허가없는 포획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과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심지어 일부는 이런 안내를 한 사람들을 비난, 음해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적인 반발에 그치지 않고, 보호종의 허가없는 채집을 옹호하는 여론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런 반발은 사실 낯설지 않으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보호종 채집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은 지난 20년동안 마치 판화로 찍어내듯 보호종의 채집과 사육에 대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옹호해왔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것은 지난 역사가 말해준다. 나는 그들을 상대하기보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팩트와 현실을 들려주고자 한다. 그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에 공유하고, 시민들 그리고 후대의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물고기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보호종을 허가없이 포획하고 자신들의 욕심만 앞세우는 악당이 아님을 변호해주기 위함이다. 아래 이미지는 일반인들이 활동하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민물고기 관련 글에 달린 댓글을 캡쳐한 것이다.

 

부끄럽게도, 물고기를 아끼고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호회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보호종을 채집하고 몰래 사육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이 20년 가까이 이런 악습을 반복해온 덕에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 실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 전체를 욕보인다는데 있다. 그들 때문에 물고기에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전문가 포함)이 그저 유별나고 극성스러운 악당들로 비추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아래의 글을 부정하려면 우선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변할 마음이 없다면 결국 그들은 동호인과 전문가 집단에서 철저히 배척해야 할 것이다.

한 사이트에 올라온 암암리에 보호종 사육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글 

 

위에도 언급했듯 보호종을 채집하러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는 보호종 채집을 불특정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자랑하는 사람들에게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개인적인 경로로 보호종 채집에 대한 고발을 위한 문의를 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처벌 여부를 떠나서, 신고가 일단 접수되면 당사자는 곤란하고 피곤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 누구도 그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상황은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리 한가지 확실히 하자면, 나의 주장에 대한 반박, 비판 그리고 질문은 언제나 환영한다. 타당한 근거가 뒷받침된 논리적인 비판은 언제든 수용할 의사가 있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건설적인 토론은 무조건적인 동의나 수긍보다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음해와 비난, 조롱과 같은 인격을 모독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오해 첫번째,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건 일부 사람들이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자체의 대규모 하천공사가 원인이기에, 보호종을 채집하(거나 사육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과하다."

이 주장은 비유하자면 "자동차 사고가 나서 절뚝거리는 사람을 자전거로 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다.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더 큰 요인이 있다고 해서, 나 역시 위협해도 되는걸까? 설령 위협의 경중이 다르다 한들 채집하기 위해 하천을 교란하는 행위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뺨 맞은데 연고를 발라줘도 모자랄 판에 아예 뜨거운 물을 붓는 셈이다.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라는 것이 지난 보전생물학 연구 결과들이 알려 준다. 그 요인들에는 남획 그리고 산란장과 서식지의 교란도 포함된다. 멸종위기종을 채집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서식지의 교란과 무관할까? 스노클링을 통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에서 산란기 동안 채집하는 것을 관찰해보시길 바란다. 열대바다에서 저인망으로 아름다운 산호초 지대를 뒤집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사족으로, 위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래와 같이 묻고 싶다. "보호종 채집보다, 대규모 공사가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동안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가?" 필자 역시 하천의 구조를 대규모로 변경하는 토목공사의 위험성은 매우 크다는데 공감하지만, 그것이 보호종을 위협하는 채집행위를 정당화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드리는 질문이다. 만약 가장 큰 위협이라 주장한 대규모 공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라도 했다면, 채집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작은 위협은 허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전문가나 정부가 할 일이지 취미로 삼는 아마츄어가 할일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민원, 언론 기고, 고발은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 채집을 옹호하는 이들이 이런 활동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바가 전혀 없다. 그들의 발언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 감추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나 "그럼 당신은 뭘했는가?"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봐 (실은 여럿 있었다). 간단히 그간의 내 활동을 요약해본다. 사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이름을 달고 있던 당시부터 줄곧 비판을 해왔다. 사대강 관련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던 때였다. 언론사의 사대강과 물고기에 관련한 탐사보도에 동행하고, 환경단체 조사단으로 참여해 멸종위기종 서식에 대한 자문과 근거를 제공했다. 주요일간지 기사에 사대강 사업이 멸종위기어류에게 위협을 초래한다는 인터뷰에 참여했으며, 그밖에도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사안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사정을 알렸다. 이런 관심은 나를 연구의 길로 이끌었으며, 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그 논문들을 국제 저널에 출판했으며 관련 칼럼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물고기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이입에 의한 유전적 교잡의 증거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고 언론기고로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했다. 사대강의 면죄부로 방류사업이 활용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보전유전체학에 대한 연구경력을 위해 해외에서 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 이 정도면 내가 해온 일들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리라 믿는다.

 

오해 두번째,

"멸종위기종은 전국 어디나 있는데, 채집을 그만 두라는 말인가? 멸종위기종 포획을 안하려면 채집 갈 데가 없다. 너무 과한 규제다"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멸종위기종만 사는 포인트만 골라 다녀서 정말 멸종위기종이 없는 장소를 모르거나 아니면 멸종위기종이 없는 장소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 선동하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후자의 의도로 이런 발언을 한다면, 진심으로 유감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와 선동의 중단을 호소한다. 

 

팩트체크를 해보자. 만약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하천 곳곳은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한반도 지도를 펼쳐보고 멸종위기종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을 점으로 찍는다면, 과연 한반도 전체가 점으로 뒤덮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궁금하다면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한 적색목록집 담수어류 편을 보시길 바란다). 멸종위기종의 선정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제한적인 분포'가 있다. 실제로, 멸종위기종이 살지 않는 곳이 사는 곳보다 더 많은 것은 물고기를 조금만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을 관통하는 한강만 놓고 보자. 유명한 물고기 채집 명소인 왕숙천에 어떤 멸종위기 어류가 사는가? 필자가 어린 시절 늘 뛰어놀았던 전주를 감싸는 소양천에는 어떤 멸종위기종이 있던가? 두 하천 모두 멸종위기종이 없다. 그곳에는 그저 작고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국가가 공인한 '레어아이템'이란 인증은 박혀 있지 않다.

 

한편, 멸종위기종이 출현하는 소위 '포인트'라 불리는 장소, 예를들어 섬진강 상류의 유명 포인트 XX천을 보자. (안타깝게도 내가 90년대 말 발굴하여 일부 전문가 및 동호인들이라 쓰고 컬렉터라 읽는에게 알린 장소이다). 만약 그들이 섬진강을 채집갈 때 이 포인트가 아닌 다른 장소에 채집을 간다면 이들의 하소연 섞인 주장에 연민과 납득이라도 할 수 있다. 무작위로 아무곳이나 채집을 다니는데 갈 때마다 우연히 보호종이 채집된다면 얼마나 곤란하고 억울하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섬진강에 채집 갈 때 멸종위기종인 임실납자루, 다묵장어, 모래주사가 있는 XX천을 콕 집어 방문한다. 마찬가지로 만경강에 원정채집을 갈 때 이들은 멸종위기종이 없는 소양천, 전주천이 아닌 멸종위기종 퉁사리, 감돌고기, 다묵장어를 보기 위해 XX천을 다녀간다. 그것도 멸종위기종을 쉽게 채집할 수 있는 특정한 인공구조물이 있는 위치만을 공략하고, 멸종위기종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채집 방법을 사용한다. 믿기지 않는다면 "섬진강 탐어", "만경강 탐어", "전라도 탐어"의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보시라. 수 많은 장소들 중에 멸종위기종이 출현하는 장소만 골라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보호종을 목표로하는 '보호종 투어리즘'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멸종위기종 투어리즘에 관한 웹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보호종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보호종이 사는 공간은 협소하고 제한적인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의도하지 않고 보호종을 채집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보호종이 어디에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다.

 

오해 세번째,

"멸종위기종 그거 귀하다곤 하는데, 실제로는 흔하니까 좀 잡는다고 문제 안생긴다."

흔하다 귀하다는 주관적인 척도이다. 만약 "수십~백마리를 서너시간 동안 한 두명이 채집해서 확인"하는게 흔하다의 기준이라면 한국에 사는 민물고기 중에 이 기준에 미달되는 종은 내 경험상 없다고 보아도 좋다. 누구라도 멸종위기종이 모여서 연명하는 곳에 가서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로 채집을 하면 당연히 이 정도는 채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문제는 전국의 국토 면적 대비 그 멸종위기종이 모여사는 지역이 얼마나 넓은가 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런 장소는 결코 넓지 않다. 그런 곳을 방문하고 채집하는 행위는 비유하자면 '정밀타격'과 같다. 정밀타격으로 멸종위기종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오해 네번째,

"(동호인들의) 보호종 채집이 보전에 활용될 수 있다"

일견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실현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단 하나의 사례만 제시되더라도 나는 보호종의 채집이 비록 불법이라 할지라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들의 허가없는 채집은 어떤 탐구, 연구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과연 그들이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라도 했는가? 전국의 보호종을 위협하는게 명백했던, 4대강 위기일 때 어느 누가 나섰던가?

 

오히려 그 당시 그들은 보호종을 몰래 사육하면서 정작 그들의 서식지에 큰 위기를 가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에 대해 침묵하거나 은밀히 지지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들의 어항에 천연기념물 어름치, 묵납자루가 들어있는 사진을 보았으며, 그들 사이에 보호종이 오고가는 것도 목격했다. 보호종을 달라고 떼쓰던 사람을 기억한다. 물고기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과장이라고 본다.

 

정작 보전에 활용되는 생태 지식은 물고기를 괴롭히는 그물질과 채집이 아니라 물 속에서의 관찰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예는 보호종인 감돌고기에서 볼 수 있다. 이 물고기의 보전을 위해서는 꺽지라는 물고기가 중요하다. 꺽지의 산란장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하기에, 꺽지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꺽지가 없으면 산란을 못하는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꺽지와의 긴밀한 생태적 관련성을 과연 채집으로 밝혀냈을까? 정답은 물속에서 관찰한 탐어(fish watching)에 의해 밝혀졌다. 

 

오해 다섯번째,

"물고기를 알리고 홍보, 교육하는게 중요하다. 보호종 채집은 홍보와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

위 주장과는 다르게 멸종위기 물고기를 알리고 홍보하는 컨텐츠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상황이다. 구글링을 해보면 합법적으로 생산된 멸종위기종 관련 양질의 컨텐츠가 공유되고 있다 (물론 아닌 것들도 있긴 하다). 서점에 가거나 공공도서관에 가면 컬러풀한 사진들이 생생한 도감만 수십권이 나와 있다. 유튜브에서도 채집없이 멸종위기종을 수중에서 보여주는 양질의 컨텐츠가 공유되고 있다 (아래 영상 참조). 이처럼 누군가 굳이 보호종을 불법으로 채집해서 홍보하지 않아도, 멸종위기종에 대해 합법적인 경로로 생산된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어겨가며 허가없이 채집하고 사진을 찍어 블로그나 카페에 자랑하는 행위가 물고기 홍보와 교육에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인가? 적어도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입증해주시길 희망한다.

 

한편, 체험행사나 교육행사에서의 보호종 채집은 합법적인 탐어(스노클링)로 대체할 수 있다 (참고로, 채집은 탐어가 아니다. 탐어는 탐조에서 유래했으므로 "물고기를 잡지 않고 관찰하는 행위"에 사용하는 것이 본연의 의미에 부합한다). 10여년 넘는 교육 봉사에 참여해본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채집의 교육적 효과가 10점만점에 1점이라면 차분히 관찰하는 것의 교육적 효과는 7~8점이라는 것이다. 채집하고 통에 가둬서 물고기를 본 10명 중 한 명이 그 물고기를 각인하지만,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감을 나눈 경험은 여러 사람의 기억속에 오래토록 각인된다. 무엇이 더 필요한 교육일까?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수중관찰을 통한 교육 방법은 적어도 효과와 합법성에 있어서 권장할만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다. 멸종위기종 한강납줄개의 서식지에서 수중촬영된 아래 영상을 보자.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행동과 혼인색을 보여준다. 포획이 없었으니 불법도 아니고 한강납줄개에게 어떤 위협이나 스트레스가 가해지지 않았다. 물고기는 채집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인색이 퇴색된다. 이 정도 강렬한 혼인색과 번식행동을 보여줄 정도면 한강납줄개가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연 무엇이 교육적일까? 무엇이 물고기를 아름답고 옳게 보여주는 방법일까? 그물로 물 속을 뒤집는 것일까? 아니면 평화롭게 스노클링하며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일까? 영상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시길 바란다.

한강납줄개의 이 혼인색은 수중관찰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오해 여섯번째,

"보호종 채집의 위법성 여부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답변은 이미 이 글의 처음에 했다. 여러 사람이 민원을 제기했고, 그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일관성 있게 얻었다. 따라서,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오해 일곱번째,

"의도하지 않은 포획은 사진촬영하고 공유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의도한 것만 문제다."

사람을 살인한 살인범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주장하면 그 결백이 완전무결하게 증명되고 과실로 판명되는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못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채집의 의도성을 판단하는 것은 보호종을 허가없이 포획한 사람의 입이 아닌 법정에서 판사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그리고 의도성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당신은 고발당할 것이다. 그 이후의 과정은 당신을 분명히 피곤하게 만들 것이다. 법원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법률자문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겁주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 사례도 있다). 혹여나 의도하지 않았음이 입증되어 처벌을 면하더라도, 당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이 소진되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에 잊지못할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보호종을 허가없이 채집하는 행위는 의도성 여부와 관계없이 당사자를 곤란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며 위의 주장을 퍼트린 사람들은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그들이 검증된 전문가라면 탄원서로 법적 공방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전문가 혹은 보전활동을 해온 환경운동가도 아니며, 무료로 당신을 변호해줄 변호사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근거없는 주장만 믿고 의도가 없으면 괜찮다는 말만 믿고 보호종 채집을 해야할까? 의도없는 포획이 괜찮다는 주장만 믿고 마음껏 보호종을 채집할지 아니면, 보호종이 사는 장소는 방문을 피해서 불상사를 막을지 여부의 판단과 책임은 오롯이 여러분의 몫이다.

 

오해 여덟번째,

"그럼 멸종위기종을 잡은 사진을 공개 안하면 괜찮은건가?"

사진을 안찍고 채집한 뒤 놓아주거나, 채집하여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소장한다 할지라도, 허가가 없이 행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마치며

요약하자면, 위법성 여부를 떠나서, 의도를 갖고 보호종을 채집하고 그 과정에서 서식지, 산란장을 교란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단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게다가 국내외의 법은 그런 행위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종을 굳이 채집하며 괴롭히지 않고도 물고기 아끼고 즐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사진은 수중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고, 모든 멸종위기종은 물속에서 충분히 관찰(탐어)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를 알리고 보호하고 즐기는데 있어, 보호종 채집투어보다 정작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물고기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보호종 채집하고 사진찍고 놓아주며 자랑하는 것보다 정작 필요한건 보호종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다 (대한민국에서 물고기의 보전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는 몇 명이나 될까? 전업연구자는 10명이 될까 말까 하고, 젊은 세대들은 연구분야로의 진출을 점점 더 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신념으로 이 글을 쓰는 나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정당한 허가를 받아) 멸종위기종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장전문가 두 분과 함께 한강납줄개의 북한강 분포와 한강 외 수계 분포를 최초로 보고하였으며, 좀수수치의 분포지점을 새롭게 발굴했고, 그들의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생태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연구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물론 이 과정들이 모두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어떤 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청 서류가 반려되어 연구를 중단하고 연구비를 반납한 경험도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포획허가는 전문가만 받는 거다" 라는 비아냥은 충분히 반박될 것이다. 한국에서 10명도 채 안되는 물고기의 보전유전학 전문가 조차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굳이 보호종을 채집하고 싶다면 정식의 포획허가를 신청하시길 강력히 권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의미있는 효과가 있다. 허가를 획득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고, 설령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행정당국에 보호종을 채집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관련 민원이 많다고 판단할 경우, 행정당국은 담당인력증원, 법령에 대한 정비 등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의 법은 멸종위기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걸 무시하는 사람은 결코 멸종위기종의 처지와 상황을 대변할 수도 해서도 안될 것이다. 물고기를 좋아하고 아끼는 그 누구도 불편함 없이 물고기들을 아껴주고 즐기길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 이 글의 검토와 수정에 도움을 주신 어살이 오픈톡방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국내 최대 물고기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한국의 물고기>에도 공지로 게시되었습니다 (회원수: 7,777명, 2021년 5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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