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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물고기의 서식지공개에 따른 피해

by 하늘종개 202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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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8년 모 야생동물 관련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옮긴 것으로, 왜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들의 서식지 정보가 공유되서는 안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요즘은 일률적인 비공개가 아닌 선별적인 공개도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여전히 희소한 종들의 중요한 서식지는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채집지역의 훼손과 다른말론 교란... 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점차 심각해져가는 문제들이지요. 저는 본디 어류를 좋아했고 활동해오다 보니 자연히 어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류의 경우에도 최근들어 동호회가 성장하며 이에 대한 문제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특정다수를 향한 서식지 공개로 인해 일어나는 교란과 무분별한 남획인데요...

 

일단 온라인에서 불특정다수를 향해 그 서식지 정보가 공개되면 그곳은 그 날부터 집중적인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데 강주걱양태라는 희귀종의 경우 동호회에서 널리 알려진 서울 지역 서식처는 지난해 말 온라인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로 점차 그 채집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이제 서울 경기 지역 활동하는 회원 중에 그곳에서 채집 안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욱 문제는 강주걱양태는 서울시보호종인데도 서울시에서 채집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거의 모든 민물고기 동호인들이 무비판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점 입니다.

 

<서식지 공개의 피해魚, 서울시보호종 강주걱양태의 모습>

 

담수어의 경우 서식지공개로 인한 채집 활동이 문제가 있다면 크게 네가지 입니다.

 

1. 희소종이 살아가는 미소서식환경의 교란

온라인상에 공개가 문제되는 서식지는 주로 절멸위기에 있는 종들의 서식지입니다. 절멸위기에 처한 종들이라 함은 그들이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환경조건이 까다롭다는... 어렵게 말하면 생태적 지위가 작다는 의미지요. 담수어의 경우에는 이것이 뚜렷해서 희귀한 종들은 대개 넓은 강 중에서도 특수한 환경조건에서만 채집되는 종들이 많습니다. 희소종의 채집지가 공개되면 희소종의 '미소서식환경'을 집중적으로 채집하다 보니 산란장과 성육장의 역할을 하던 그 미소서식환경은 심각하게 교란되는 것을 아주 빈번히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2. 필연적인 남획으로 인한 개체군 감소

희소종 콜렉터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두마리 잡아왔는데 그걸로 멸종이라도 한다는 것이냐...' 라구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당신은 두마리 잡아왔는데 그곳은 이미 공개된 곳이다. 그 희소종을 찾아헤메는 사람이 수십 수백명은 족히 넘을거고, 물고기에 관심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텐데... 그렇게 되면 그곳에 가는 사람이 수천명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들이 두마리씩만 잡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채집하며 그 서식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보라.'

 

3. 위법과 비양심, 무비판적 자세 조장

희소종들은 대부분 법으로 보호종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강주걱양태의 경우에도 서울시에서 지정한 보호종 목록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소종의 채집장소가 어쩌다가 공개되면 사람들의 끊임없는 방문과 채집에 시달리게 됩니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예전에 활동하던 모 민물고기 동호회의 경우 최근 올라오는 글들의 대부분은 '(서울시에서) 강주걱양태를 채집해왔다.'.. 그리고 '어항에 넣었더니 좋다.' 는 식의 글들 뿐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에 대한 그 어떠한 비판도 없다는 것입니다. 혹여 가뭄에 콩나물나듯 누군가가 '서울시에서 채집한거면 보호종인데 안되는 것 아니냐...' 라고 문제제기하면 그들은 '서울시'에서 채집한 것임에도 '고양시'에서 채집했다며 양심을 속이지요.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가 희소종을 채집하고 기른다고 하면 사람들은 욕심을 내기 마련입니다. 자기도 기르고 싶다고 대꾸하는 건 흔히 볼 수 있고, 심지어 나눠 달라는 대꾸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위법을 저질러도 되기에 '나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합니다. 물론 이런 집단에 숨어서 하는 행위는 '책임 회피'도 쉽기 때문에 더더욱 안일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4. 타 지역으로의 인위적 이입의 위험

담수어의 경우 지리적 분포가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강은 모두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바다는 모두 연결 되어 있지만, 민물고기(1차담수어)는 바다를 통해 다른 강에 들어갈 수 없으며, 또한 강은 대운하를 파지 않는 한 몇 만년 동안 독립된 서식공간이었기 때문에 지리적 분포가 뚜렷하게 나뉘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든 생물 분야가 그렇겠지만 그 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희귀한 종은 곧장 알게 되고 호기심과 욕심을 갖게 됩니다. 어떤 종은 어디에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엔 있어선 안되는지... 예컨데 '한강에는 감돌고기라는 종이 없고, 또한 그 종은 한강에 방류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사실도 모른채 희귀종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민물고기 동호회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희소종 서식지에서 희소종을 채집해 기르다가 싫증이 나면 그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지만 이들은 희소종에 몰입하여 감돌고기가 한강에 방류되선 안된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게 되고 심지어 방류해버리기도 합니다. 결국 몇 만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자연의 질서가 단지 무식한(!) 콜렉터 한명 때문에 무너지게 되죠...

 

이처럼 담수어류는 책임없는 서식지 공개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들이 예상되어왔고 실제로 지금 진행중에 있습니다. 희소종의 서식지를 공개하는 것에 앞서 우리는 그 공개로 인해 어떤 영향이 미쳐질지 까지 염두해야 할 상황에 온 것이지요...

 

어떤 대책이 있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의 두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1. 국가적인 서식지 관리

 

2. 동호회 자체적인 서식처정보 비공개와 희소종 사육제한

 

이 정도 생각을 하게 되는데 가장 우선적인건 '국가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법으로 희소종과 해당 종이 밀도높게 서식하는 서식지 적어도 한 곳 쯤은 동시에 '보호종-보호구역'으로 패키지로... 묶어서 절대 그곳만큼은 그 종의 서식에 영향을 미칠 어떤 행위도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언젠가 알려질 바에 아예 보호구역으로 묶어버려서 사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겠지요.

 

두번째는 동호회에서 희소종에 대한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인데, 민물고기에 있어선 적어도 주류 동호회에서 이를 따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점차적으로 상황이 나아는 지겠지만, 상황이 갑자기 지금보다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점차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문제로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바뀌어 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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