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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보호종 채집에 대한 공지 후기 겸 앞으로의 예상

by 하늘종개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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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ishes.tistory.com/313 

 

위의 글을 쓰면서 두가지를 예상했다.

 

첫째, 대다수의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은 보호종의 포획에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보호종 채집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

둘째, 채집의 의도성을 법적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빈틈을 파고들어, 의도하지 않았다고 허언하며, 보호종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

 

다행인 것은 그 글이 생각보다 많이 퍼져나가, 보호종 포획에 허가가 요구된다는 법 조항을 적어도 그 글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지했다는 것이고, 그들 중 대다수는 첫번째 예상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행히도 아직 상식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보호종 채집투어를 다니던 컬렉터들은 보호종 채집에 제동을 거는 글에 반발하며, 그에 대한 대응 지침을 공유하며, 오히려 보호종을 채집하기 위한 명분을 이제 확실히 얻었다고 안도하는 모양이다. 시간을 내어 그 지침을 차분히 읽어보았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포획의 의도가 없었다면 위법이 아닐 수 있다는 법조계 관련자의 의견이 있었으며, 판사의 판결을 받아야 정확한 위법성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쓴 글에도 이미 지적했었던 동어반복이지만, 차이점은 내 글이 "선의의 피해를 우려해, 보호종 채집을 만류하는 제안"으로 글을 마무리 지은 반면, 이 지침은 "판사의 판결만이 유효하며, 환경부 민원만으로는 단정지을 수 없으며, 의도성이 있는 것만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으로 글을 매듭지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보호종을 채집할 의도만 없다면, 채집한다고 해도 처벌받을 근거는 없는 것"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어쩌면 보호종 채집을 하고 의도성이 없었다는 구실로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저 글을 퍼다 나르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미 "의도하지 않으면 보호종 채집은 허가가 없더라도 괜찮다"는 해석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의견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판단이지만, 법망을 피해서 멸종위기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에 명분을 주는 이런 몇몇 사람들의 대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의도성 여부로 쟁점을 희석시킨 이 지침으로 인해, 보호종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보호종 채집에 대해 누군가 문제제기를 한다면 "의도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를 할 것이다. 물론 의도성과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 본인이 하는것이 아니다. 공유되고 있는 지침에도 명백히 나와 있듯이, 만약 보호종을 허가없이 채집하다가 누군가 고발당한다면, 그 당사자는 판사의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피말리는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이런 대응을 할 것을 일찍이 예상했고, 이 대응을 더 빠르게 유도하고자 보호종 관련해 나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 글을 직간접적으로 공유해주었다. 그리고 반응은 예상대로다. 법률자문을 받았다며 빈틈을 파고든 지침을 공유하고 비슷한 입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호응과 공유가 이어진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음해와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단지 메신저 역할만 했을 뿐이지만, 그들에겐 그것조차 불쾌하고 오만하게 보였을 것이다.

 

이 충분히 예상된 반응에 대한 나의 대응은 이미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과 몇 해 전부터 준비해왔다. 그 말은 보호종과 관련된 그릇된 문화와 그와 관련된 유명인사(?)들에 대한 내 마스터플랜은 적어도 9년이상 준비되어 왔다는 의미다. 몇 가지 힌트는 원 글에 담겨 있다. 지금 당장 계획을 실행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제갈량이 맹획을 사로잡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듯 나도 이를 따를 것이다. 게다가 내가 해야할 본업(물고기를 보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연구)에 충실하는 것이 멸종위기의 물고기를 보존하는데 더욱 절실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충분한 메시지를 전국의 민물고기 관련한 분들에게 전달했으므로 당분간은 실행하진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가지 천만 다행인 점은 일부 극단적인 보호종 컬렉터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능가하는 호의적인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숫자를 대략 추산해보면, 현재로서는 열댓명 정도의 컬렉터가 보호종의 허가없는 포획에 대한 반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세력이 적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최근 그들끼리의 결속을 다지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엄연한 위법적 행위인 보호종을 의도적으로 채집하는 행위에 동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생명을 장난감처럼 유린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실제로 보호종을 대놓고 사육하던 사람들이 활동하던 모임이 10여년전 역사속으로 사라졌듯이, 작금의 보호종 컬렉터들도 머지않은 미래에 활동 기반이 사라지고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는 원칙과 양심을 지키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들만이 남을 것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자연의 신비를 밝혀서 세상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자연을 유린하고 훼손하는 악당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나의 사명은 계속 될 것이다.

 

물고기과학자 전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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