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동물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물고기의 명칭을 물살이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고기라는 표현에 생명을 착취/차별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그들 주장의 근거로 이해된다. 그리고 지금 이런 급진적인 주장은 그들이 제안한 여러 대체 표현들(예: 꿀팁 -> 귤팁)과 함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물고기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나설 필요는 전혀 없고 게다가 나는 언어학자도 아니기에, 별 의견은 보태지 않을 생각이지만, 물고기를 좋아하고 평생을 연구할 물고기 과학자로서 물고기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나는 물고기를 아끼고 존중하지만, '물고기'를 멸칭이라 생각하지 않고, '물고기'란 표현이 그들을 착취하는데 어떤 명분을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기'라는 표현 자체가 어떤 착취의 이미지와 연결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착취에 명분을 주거나 혹은 조장을 하는가? 반대로,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생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더 착취하기 어려워지는가?
아직까진 물살이를 물고기 대신 사용하자는 주장에 위의 궁금증들을 해소할 만한 근거가 뒷받침된 경우는 보질 못했다. 그러다보니 물살이라는 표현이 물고기를 대신해야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한가지 역사적 사실을 짚어보자면, '물살이'라는 표현은 야생동물전문가 손상호 선생께서 지난날 비단 물고기 뿐 만이 아닌 "물에 사는 모든 생물"을 일컫는 표현으로 포괄적으로 사용하면서, 2000년대 초 제안한 표현으로 기억한다. 비슷하게 양서류는 '물뭍살이', 파충류는 '길동물'로 제안하셨다.
참고로, 나는 '물살이'의 '어감'에서 영감을 받아, 2007년 어살이 (물고기(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라는 모임을 조직한 바 있다. 비록 어감을 가져왔지만, 물고기의 표현을 대체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물고기'라는 표현의 사용을 바꿀 이유가 딱히 없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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