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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고쳐져야 할 물생활 숨김말(은어)에 대하여

by 하늘종개 201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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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이는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떤 변화는 우리에게 혼란을 가져다 줍니다.

 

한국산 물고기의 동호인들 사이에 흔히 사용되는 용어인 '탐어'와 '발색'이란 용어도 그에 해당됩니다. 

 

우선 '발색'이란 표현은 물고기의 체색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이 물고기에 사용된 유래를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용어는 일본의 관상어 사육가들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일본의 관상어잡지와 온라인 관상어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80~90년대부터 흔히 쓰여온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발색의 사전적 의미는 '무생물에 색을 입히는 것(2013년 국어사전 기준)'을 말하며, 이 의미로 그 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통해 '발색'을 검색해보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이 용어가 사용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색은 생물의 색상이 아닌 무생물에 색을 입힌 것에 한정되어 사용되어 왔으며,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의 색상을 표현할 때에는 발색 대신 체색이란 표현을 사용해왔습니다.

 

누군가가 "금붕어의 발색이 아름답다"라고 하였을 때, 금붕어의 색상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입힌 것이 아니고 금붕어는 무생물도 아니므로 발색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색합니다. 굳이 생물체에 발색이란 표현을 쓰고자 한다면 병아리의 깃털을 물들이는 것 따위의 행위에 한정해야 할 것 입니다. 

 

두번째로 '탐어'를 짚어보겠습니다. 탐어의 유래는 새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탐조'로부터 유래한 표현입니다. 모 단체에 소속된 민물고기 동호인들이 90년대 후반에 기존에 쓰이던 '채집'이란 용어 대신 자기들만의 숨김말(은어)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민물고기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비록 탐어라는 표현은 탐조로부터 유래하였지만,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어온 탐조는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전에도 나오는 표현입니다. 탐조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탐조 (birdwatching)
자연상태에 있는 새들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그것들을 손상하거나 놀라게 하지 않고 관찰 또는 관상하면서 즐기는 행위.

출처 : 두산백과

 

위에 나와있듯이 탐조는 예로부터 인위적 간섭을 주지 않고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는 것을 말하고 이러한 탐조의 의미는 영어 명칭에서도 잘 담겨있는 반면, 탐어는 그물을 이용해 물속을 헤집어서 잡아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탐조라는 개념을 먼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탐어라는 표현은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탐어가 마치 탐조처럼 먼 발치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으로 오해를 주기 쉽고, 실제로 그렇게 오해하고 혼란을 경험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탐어'의 사용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그 의미를 담아내는 용어가 이미 있고 지금 그 용어는 숨김말로서의 기능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탐어 혹은 발색과 같은 숨김말은 의미전달을 특정한 집단에만 한정시킴으로써 보편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 새로운 그들만의 용어를 만들어내 '숨김말(은어)'로서 사용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은어의 대부분은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소통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뿐 입니다. 이처럼 은어는 대중들과의 소통을 가로막아 그들만의 폐쇄성을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대중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얼마전 출판업계쪽에서 일본식 숨김말을 퇴출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인쇄소에 들어가면 들려오는 그들만의 용어에 대해 난감함을 겪어본 경험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표현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들어와 사전에도 실려있지 않은 용어들이었으니 제가 인쇄업을 오래 종사하지 않는 이상 그 말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탐어가 탐조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려면 잡아서 관찰하는 것이 아닌 물 속에서 스쿠버 혹은 스노클링을 통해 피해와 간섭을 최소화하며 관찰하는 것에 한정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물고기를 수중에서 관찰하는 것을 스노클링이란 표현대신 탐어라는 표현으로 사용합니다. 이는 기존의 채집이라는 용어와도 충돌되지 않으며, 이 용어의 유래인 탐조와도 맥락이 상통하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도 보편성과 독창성 면에서 그 사용의 당위성이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선 탐어 혹은 발색 처럼 하나의 행위나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두가지 이상의 말글이 있는 것은 표현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유래가 불분명하고 그 본디 의미 혹은 유래를 크게 와전시킨 점, 그로 인해 용어의 의미를 대중들이 잘못 이해하거나, 아예 이해할 수 없도록하여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단점은 결코 만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득보다 실이 많은 이들 숨김말의 사용을 가급적 지양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이유로 저는 기존에 쓰이던 채집, 체색이란 용어를 탐어, 발색 대신에 다시금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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