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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연어

by 하늘종개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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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한반도에도 연어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서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수천킬로미터의 대양으로 떠나갔다가 다시 모천으로 회귀한다는 자연다큐멘터리와 과학교양서들의 내용을 일찍 접해보았던 덕분에 그 놀라움이 가능했던 것 같다. 실물로서 연어를 마주한 것은 1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때다. 동해안의 북부에 해당하는 삼척 이북 하천들에서 연어는 가을철부터 이듬해 봄까지 (물론 봄에는 치어들) 종종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연어는 여러 종이 알려져 있다. 국내에 회유하는 연어는 chum salmon이라 하여 식용으로는 기름이 많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리 선호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수면연구소에 근무할 시절 동해안에 올라온 연어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다지 맛이 뛰어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내 미각으로도 우리가 주변에서 이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외국산 (노르웨이산) 연어가 국내에 회유하는 연어보다 맛은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연어는 회유할 적에 2가지 감각에 크게 의존한다.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은 연어의 입장에서 장거리내비게이션에 해당하는데, 태평양에서 서쪽으로 먼 거리를 항해하는데 이 감각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하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후각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후각적 각인은 연어의 어린 시기의 기억이 크게 작용한다. 가을철 모천에 올라와 산란되어 부화한 치어들은 성장을 하다가 이듬해 봄에 바다로 내려가기 전 강의 하구에서 스몰트라고 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여러 유기화합물의 냄새를 통해 하천의 고유한 냄새를 각인하게 된다. 이처럼 후각각인 (olfactory imprintig)은 연어에게 있어서 다시 모천으로 돌아올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이러한 후각각인은 연어, 시클리드, 제브라피쉬를 비롯한 여러 어류에서 밝혀지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연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단유전학적 관점에서 연어는 매우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준다.  만약 연어의 유효집단크기가 급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급감한다면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특별한 능력은 오히려 연어의 유전적다양성을 떨어트리는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천에 회유하는 개체들의 유전적다양성이 떨어지게 되면 이는 곧 근친교배 (inbreeding)를 증가시키게 되며, 결과적으로 근친약세 (inbreeding depression) 와 같은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아마도 연어의 모천회귀는 이러한 잠재적인 유전적 위험성에 대한 적응이 역사적으로 완성(?)되어 있을 수 있다. 간혹 연어들이 모천이 아닌 인근 하천으로 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이주 사건은 유전적다양성의 유지에 어떤 기여를 할지 미처 연구된 바는 아직 없다. 연어의 유전적다양성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은 흥미로운 주제의 연구가 될 것이다.


연어는 몇가지 또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하게 한다. 바로 해안선의 변동과 과거의 하천의 역사를 추정하는 것이다. 연어는 끊임없이 모천에 회유하지만, 그 모천이라는 환경은 과거 지질시대동안 끊임없이 변동되어 왔다.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그리고 대륙의 이동으로 인해 연어가 회유하는 하천의 크기와 구조, 위치는 끊임없이 변해왔을 것이다. 연어가 소상하는 하천들은 일반적으로 동해에 맞닿은 규모가 있는 하천들이므로 치환속도가 빠른 유전적 마커를 이용해 연어의 유전적 구조를 밝힘으로서 동해안 하천들의 생물지리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일도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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