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물고기이야기 ━

물고기를 방생하지 말아주세요

by 하늘종개 2020. 5. 31.
반응형
본 글은 국내 최대의 물고기 커뮤니티인 한국의 물고기(cafe.naver.com/koreanfishcafe/66374)에 게시한 캠페인을 옮겨온 것 입니다. 방생에 대한 경각심을 널리 일으키기 위해 블로그에 옮겨옵니다.

 

동해안 남부지역에 제한적으로 살아가는 점몰개를 아시나요?

 

위에서부터 긴몰개, 긴몰개-점몰개 잡종, 점몰개. 사진 : 전형배

 

 

 

 

언제부턴가 이들의 서식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동해안 남부 지역의 하천들에는 긴몰개가 살지 않지만, 긴몰개가 하나둘 출현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점몰개와 긴몰개의 잡종들이 출현한다는 두 편의 논문이 잇달아 발표가 됩니다. 

이들 논문에서는 점몰개-긴몰개의 잡종이 꽤나 높은 빈도로 출현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클릭).

 

그렇다면, 동해안 남부지역의 긴몰개는 어떻게 출현하게 된 것 일까요?

정답은 바로 “인간에 의한 방생”입니다. 

 

,

,

,

 

방생은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하천들 대부분은 최소한 2만년 이상 연결된 적이 없습니다. 

그 덕분에 하천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게 되었고, 이런 고유한 특성은 새로운 종을 만들어냈습니다. 

참고로 점몰개는 긴몰개와 약 1,000,000 년전 쯤 지리적 격리에 의해 분기된 종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생물을 방생하는 것은 수만년 이상 만들어진 진화적 역사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

,

 

 

어떤 분께서는 “기르던 물고기를 원래 잡았던 곳에 놓아주는것은 괜찮지 않냐”고 하십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원체의 유입”이라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 항아리곰팡이균과 같은 병원체를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내 어항 속에 치명적인 신종 병원균이 없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만약 내 어항에 있던 병원체가 물고기와 함께 방류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파국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

,

 

이는 공상과학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 입니다. 

전 세계 양서류의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항아리곰팡이병’의 원산지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에 있던 무당개구리가 수십년전에 관상용으로 해외로 이주되었는데 이주 과정에서

무당개구리에 함께 존재하던 병원체가 야생으로 유입되어 양서류들을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

.

.

 

비단 양서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참붕어(Pseudorasbora parva)는 

유럽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병원체가 함께 이주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유럽연합(EU)에서는 참붕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

.

.

 

여러 나라에서는 이런 병원체의 유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해, 

하천에 담갔던 채집장비, 카약, 장화 같은 기구들을 다른 하천에서 사용하기 전 

락스로 소독하는 decontamination 관련 법조항이 있을 정도입니다.

 

.

.

.

 

한국도 이런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에 조금이라도 방생에 의한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운영진 여러분과 상의 끝에 

아래와 같은 방생 금지에 대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

.

 

한번 어항에 들어온 생물은 책임감을 갖고 죽을때까지 길러주시고, 

자신의 품에 들어온 생물은 절대로 자연에 되돌려주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육이 어려우시다면, 방생 대신 분양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

 

방생 금지 캠페인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민물고기의 영원한 스승이신 고 최기철 박사님께서 창립하신 

생물연구회 '곤민회'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방생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동호회의 역사가 깊은 일본에서도 20여년 전부터 벌여온 캠페인입니다. 

 

.

.

.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는 문제라 인식되는것을 극복하는 저력이 있습니다.

생물을 방생하는 것을 막는 것은 후대를 위해서도 중요한 실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최대의 커뮤니티인 한국의 물고기 여러분의 성숙한 생물 사랑의 실천을 기대합니다.

 

.

.

.

 

참고로 본 캠페인을 위반하였다 할지라도 강퇴나 경고같은 모임 활동의 제재대상이 되진 않습니다. 

본 캠페인은 오로지 회원분들께 방생에 대한 '검증된 사실'을 전달하고 인식을 고취시켜 

방생과 이식으로 인한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

.

.

 

다만, 방생에 관련된 게시물은 모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시점 이후로 경고없이 삭제하기로 결정했으니, 

이 점 회원 여러분의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위에 언급한 방생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저의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걸고 

추호의 과장이나 거짓이 없음을 밝힙니다.

 

 

 

2020년 5월 22일 

 

한국의 물고기, 하늘종개(전형배) 올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