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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3부)

by 하늘종개 201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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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이어서...

 

모든 분야에는 빛 그리고 그림자가 있다. 나는 빛나는 경험만을 하고 싶었지만 빛을 비추는 등잔 바로 아래에 그림자가 깔리듯 내 경험 주변에는 늘 그림자가 함께 했다. 과연 어떤 그림자 였을까...

 

첫번째 그림자 - 보호종 판매업체와의 갈등

 

앞선 글에서도 설명했 듯 인터넷이 막 생겨났을 당시에 민물고기를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사이트들은 10개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기억나는 곳은 '물속세상'이라는 우리나라의 민물고기의 종에 대한 소개를 해놓은 사이트, 훗날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펴낸 이태원님과 손상호 님 (물살이연구소)의 어류 소개 사이트,  내가 열성적으로 가입해 활동하던 커뮤니티 사이트, 개인 홈페이지 겸 커뮤니티로 운영되던 2~3개의 사이트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모 수족관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그곳은 당시로서는 놀랍게도 관상어로서 토종 민물고기를 취급하고 있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들어가서 그 사이트를 들여다 보았다. 처음에는 민물고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찾을 목적이 전부였지만, 어느날부터 해당 판매업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물고기들이 상품목록에 버젓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묵납자루 Tanakia signifer, 꾸구리 Gobiobotia macrocephala, 가는돌고기 Pseudopuntungia tenuicorpa 같은 귀한 물고기들이 팔리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 (이라곤 하지만 상식적인 마음)'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을 보고 몇 주 뒤 전북대의 김익수 교수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는 이 사이트의 행태를 낱낱이 알려드리게 되었는데, 그것을 들으시던 김익수교수님께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시며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하셨다. 나도 무언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나는 증거를 만들기로 했다. 이들이 파는 물고기가 진짜로 보호종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그 사이트에 올라온 보호종들 대부분 구매목록에 넣고 주문한 뒤 한달 가까이 모은 돈을 입금했다. 어쩌면 내 인생 첫 '인터넷쇼핑'이었을 것이다. 물고기들은 몇일 뒤 고속버스 택배로 도착했다.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포장된 물고기들을 받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뜯어보니.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주문한 꾸구리 대신 얼룩동사리가 배송되었고, 묵납자루는 아예 오지도 않았다. 가는돌고기 대신에는 돌고기가 왔다. 가시고기 Pungitius sinensis는 다행히(?) 제대로 도착했는데 상태가 좋질 않아 도착한 다음날 죽고 말았다. 

 

보호종을 다루는 것과 더불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에 즉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 내가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이같은 판매업체의 행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해당 업체에 대한 보이콧을 추진했다. 그러자 비로소 내 활동에 대해 해당업체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양식산'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펼치더니 막판에 가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환불해주겠다고 한다. 환불은 둘째치고 보호종을 왜 판매하느냐는 지적에는 일언반구가 없다.그들의 미봉책에도 불구하고 내 비판이 끝나지 않고 장기화되자 해당 판매업체에서는 어느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더 이상의 게시판을 이용한 항의 시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단다. 이제 갓 중학교를 입학할 학생에게 친절한 권고(?)를 하기에 어렸던 나도 겁을 집어먹고 더 이상 해당 업체에 직접 항의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해당 업체는 민물고기를 채집하여 판매하고 희귀한 종들도 판매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둑중개 Cottus koreanus가 멸종위기종일 당시 매장에서 버젓이 멸종위기종인 둑중개가 수조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기도 했다.

 

그곳은 현재 민물고기를 판매하는 업체 중에 가장 크게 성장하였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업체의 행태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 않다. 2012년에 멸종위기종에서 흔해진 것이 아님에도 해제된 잔가시고기 Pungitius kaibarae를 판매물품에 슬그머니 올려놓는 비양심적인 모습은 그들은 여전히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일본에 우리 고유종들을 밀반출하는 것에 관련된 업체가 바로 해당 업체라는 사실 (참고기사-쉬리등 토종어류 밀반출)은 그들에게는 어떤 윤리나 도덕 그리고 법조차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그들은 언제고 국내의 물고기 판매를 양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두번째 그림자 - 이식 행위에 대한 비판

 

모 사이트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그곳에는 물고기를 주제로 방랑시인처럼 이야기를 곧잘 써내려가는 어느 노 신사가 계셨다. 나는 그 분의 글을 늘 재미나게 읽고 있었고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배움을 얻는 처지였다. 

 

어느날은 그 분께서 금강과 만경강에서만 사는 감돌고기라는 물고기를 한강 수계의 한탄강에 방류했다고 고백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금강에서 귀해진 감돌고기를 잡아다 집의 수족관에 넣어두었는데 의도치 않은 병에 걸려 급한 마음에 점찍어 두었던 한탄강의 모 처에 풀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글을 쓴 분은 글 내용 중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쉬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강에도 풀어야 겠어요", "여기(낙동강) 에도 풀어놓아 주세요"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커녕 도리어 이러한 이식을 정당화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그 사이트의 게시판은 당시로선 민물고기에 대해 의식있고 경험많은 분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주장과 메시지가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많은 이들이 제2, 제3의 이식을 행할까 걱정이 앞섰다. 나는 고심 끝에 비판의 글을 남겼다. 내 글을 도화선으로 그곳 게시판에는 불난집에 기름을 부은 듯 논쟁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기사화도 되었다.

 

[생태] 감돌고기 ‘구출작전’ 금강서 한탄강, 또 어디로…

감돌고기란 토종 물고기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가장 희귀한 물고기 5종 가운데 하나다. 언뜻 보면 돌이 많이 깔린 맑은 시냇물에 흔한 돌고기와 비슷하지만, 지느러미를 수놓은 검은 띠무늬가 앙증맞은 게 돌고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 그 중에서도 금강과 만경강 상류에만 적은 수가 산다. 충남 보령 웅천천에선 자갈 채취로 이미 80년대 후반에 자취를 감췄다. 그 감돌고기가 요즘 민물고기 애호가 사이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물고기 애호가가 있다. 그는 감돌고기를 사랑했다. 그 지독한 사랑이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감돌고기를 잡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는데도 말이다. 손상연(가명)씨는 금강에 사는 감돌고기를 잡아 한탄강에 풀어놓았다. 사연은 이렇다.

“99년 금강에 갔다. 감돌고기가 많던 곳은 용담댐 공사로 이미 망가져 있었다. 감돌고기의 운명은 자명해 보였다. 나는 감돌고기를 채집해 수몰지구 상류로 옮겨주기로 결심했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잡은 감돌고기는 모두 50여마리. 그는 금강 상류에 다시 놓아 줄 것을 다짐하며 고기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며칠 여행을 다녀오니 몇 마리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었다. 마음이 다급했다. 그는 이튿날 아침 일찍 감돌고기를 챙겨 집에서 가까운 한탄강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람의 접근이 힘든 절벽 아래에 감돌고기를 방류했다. 이런 계획 밖의 방류는 손씨를 내내 괴롭혔다.

“지난 2년 동안 가위에 눌릴 정도로 이 일을 자책하던” 손씨는 결국 이 사실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털어놨다. 혼자만의 비밀로 덮어두기에는 생태계 교란과 유전자원의 훼손이 너무 염려됐기 때문이다. 곧 논쟁이 불붙었다.

“종 보존차원에서 이식하려면 다른 자연 서식지도 많거늘 왜 굳이 임진강을 택했나. 임진강으로 옮겨 생길지도 모르는 교잡종 때문에 순수종 보존을 위한 제2, 제3의 이식을 해야 하나. 분명히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아이디 lovefreshfish)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킬 만한 사건은 아니다. 오히려 감돌고기의 서식지 확장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감돌고기의 종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이왕 이식된 바에야 그곳에서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ecosphere)

“한 사람의 영웅주의적 행동으로 자연 생태계를 어지럽히게 된 것이다. 보호종을 마구 잡아다 아무데나 뿌려도 되는가?”(자연을 그대로 두세요)

“금강 수계의 지류에 한번쯤 가봤다면 감돌고기의 운명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게 된다. 자갈 틈까지 축산 분뇨로 가득 찼다. 순수한 뜻이 달리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노세윤)

손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 한탄강에서 감돌고기를 채집했을 때 오는 혼란과 파장을 막기 위해 이 사실을 털어놨다.” 그가 고민한 `혼란'은 무엇일까.

우선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다. 정부가 블루길이나 배스 등 외래종을 들여와 담수 생태계를 파괴시킨 것은 일반인들한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청평 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경북·충북·강원도가 남대천, 연곡천 등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에만 사는 산천어 수만마리를 남한강, 낙동강 상류에 풀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연 서식지를 옮기는 이런 방류로 수백만년 동안 독립적으로 진행된 영동과 영서지역의 어류진화가 교란될 수 있다. 지리학적 혼란도 피할 수 없다. 손씨의 고백이 없었다면, 한탄강에서 감돌고기가 발견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92년 환경처 생태조사 때 울릉도에서 미꾸리 18마리가 발견됐다. 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미꾸리가 태풍에 날려온 게 아닐까”, “울릉도가 예전에는 육지와 붙어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이런 의문은 84년 당시 울릉군수가 경북 안동에서 민물고기 1천마리를 들여와 방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풀렸다.

전북대 김익수 교수(생물과학부)는 “감돌고기는 금강·만경강·웅천천 등 세 곳 모두에 살고 있어, 지금보다 수면이 훨씬 낮았던 1만년 전에 세 하천이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는 학설의 실마리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감돌고기가 한탄강에서 발견된다면 임진강과 금강이 하나의 수계였다는 추측이 제기될 법도 하다.

낙동강에서는 80년대초부터 전에는 없던 동자개·치리·끄리 등이 발견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양식어종을 풀어놓을 때 이 물고기들의 치어가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물고기의 인위적 이식이 끼칠 영향에 대한 연구도, 인식도 부족한 형편이다.

환경부 조사는 블루길과 배스 등 외래종에 그쳐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생물을 국가 소유로 삼고, 낚시뿐만 아니라 연구 목적의 채집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생태조사단 채병수 박사는 “학계의 연구도 진행돼야 하겠지만, 아무 곳에나 어류를 풀어놓는 방생 등 인위적 이식이 자연의 질서를 해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위의 기사에서 lovefreshfish가 바로 본인이다.

 

다행히 논쟁은 이식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 이후 물고기를 다른 강으로 옮겨놓는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돌거나 적어도 실행되는 일을 민물고기를 아낀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보기 힘들어졌다. 

 

만약 저 논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국외의 외래종의 방류도 심하지만, 국내에서도 이곳저곳 옮겨놓는 방류가 지나치게 심하여 기존의 분포도가 무의미한 종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당시의 나는 웹번역기를 이용해 일본의 민물고기 사이트들을 둘러보곤 했는데, 이식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여 그들 스스로 이식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때의 감돌고기 논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본의 전철을 걸어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번째 그림자 - 보호종 사육가에 대한 비판

 

"법적으로 보호종은 기르면 안된다."는 명제는 매우 단순하지만 또 매우 명쾌하다. 희귀하니 아껴주고 보호해야 한다. 잡지말고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보호을 위한 가장 단순한 법적강제다. 개인 수준에서의 사육이 보호가 될 수 없다는 걸 몰래 기르는 사람들이 더 잘안다. 교육효과는 커녕 반감효과만 크다. 그들이 보호종을 기르고자 하는 이유는 순전히 소유욕과 이기심이다. 

 

탐욕이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거의 15년 가까이 3~4군데의 민물고기 커뮤니티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던 기간동안 보호종을 '의도적으로' 기르는 사람을 100명 정도 보아왔다. (100명이라고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들이 사육하는 종들을 직접 육안으로 보거나 사진을 통해 확증하여 명단을 작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채집을 하기 위해 보호종의 서식처를 교란하고 채집되는 보호종들을 가져다가 지인들 사이에 나누어 갖는다. 여기서 알 수 있듯 탐욕스런 콜렉터들은 의외로 조직적이고 또한 채집되는 개체수 역시 적지 않았다.

 

보호종의 불법적 사육은 법적 처벌여부를 떠나 분명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법적보호종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희귀하다는 것의 표식일 뿐 중요한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보호종이 아닐지라도 희귀하다면 애호하는 입장에서는 사육을 자제해도 보호가 될까말까까할 판에 그들은 탐욕을 채운다. 물고기를 사랑하고 아끼자는 사람들이 정작 보호종을 채집하고선 고민의 기색도 없이 집에 들고가는 행동은 민물고기커뮤니티 역사의 첫페이지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날의 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다. 

 

"분명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고 물고기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왜 저러지? 저러면 안되는건데..."

 

내 순진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가장 극적이었던 경험은 섬진강 상류에서 1박2일로 진행되었던 모임에서 있었다. 채집과정 중 '다묵장어 Lampetra reissneri'가 채집되었다. 다묵장어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고 길러서는 안되는 물고기다. 그럼에도 광주의 어떤 회원이 생수통에 임시로 담긴 다묵장어를 보고 가져가려 했다. 나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그를 말렸다. 

 

"보호종이고요. 다묵장어는 성어가 되고 산란을 하고 바로 연어처럼 죽는데요. 집에 가져가셔도 얼마 못기를 거에요 그러니 산란하도록 놓아주시는게 어떨까요"

 

그는 내 말은 무시하고 담아갔다. 그 후로 다묵장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늘 이런 일의 반복이었다. 나는 틈틈이 자성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런 식으로 애호가들이 보호종을 무분별하게 잡아들이고 나눠갖고 기르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고, 여론도 동호인들을 안좋게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우리를 외면하게 될 것이고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모임은 와해될 수도 있다고 장문의 호소문을 써서 올렸던 기억이 난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총론은 "다들 기른다. 그리고 몇 마리 잡는다고 멸종이라도 하나, 무조건 잡지 말라는 나라의 법이 잘못되었다. 너도 기르지 않았느냐" 여서 허탈하기만 했다.

 

그 뒤로 금강 상류에서 정기모임이 있었던 어느 날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채집해서 나누어 가져가기 위해 멸종위기종 꾸구리, 돌상어, 감돌고기를 담아 놓은 생수통이 있었는데 용존산소가 많이 필요한 종들이 산소가 모자라 쇼크가 오고 있었다. 마치 내 숨이 멎는듯 했다. 결국 나는 모임의 후반부에 희귀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생수통을 뒤집어 엎어서 물고기들을 강 속에 놓아주었다. 순간 정적이 감돌고 어른들의 싸늘한 눈빛과 탄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원망섞인 질타를 받아야 했다. 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질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자신들의 '탐욕' 아닌가?"

 

그런 불편한 동거는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운영자이던 어떤 개인사육가의 집에 방문할 일이 생겼다. 집안에는 한 가득 멸종위기종 콜렉션이 있었고 그는 자신이 콜렉터가 아니라며 강변했다. 수조에는 감돌고기, 눈불개, 꾸구리, 묵납자루와 같은 귀한 종들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무어라 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더 이상 이런 말종과 엮여선 안된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부운영자는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지 근거없이 나를 음해하고는 모임에서 영구제명시켰다. 

 

이 비판은 많은 사육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보기좋아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성향이 사육가들의 기본 마인드 아닌가? 아쉽게도 보호종을 사육하는 상황은 그 당시보다 현재가 더욱 악화되었다. 

 

아예 누군가 멸종위기종 기르건 말건 아무도 터치하지 말라는 표어와 운영규칙을 세운 모임도 등장했으며, 표면적으론 멸종위기종을 기르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주축 회원들이 멸종위기종을 기르고 나눠갖는 구태의 악습을 반복하는 어떤 모임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내가 100명에 가까운 범법자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들로부터 벗어나야만 진정한 애호가들이 탄생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법정보호종을 정 그렇게 기르고 싶고 아낀다면 허가를 받으면 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고 흔한 종부터 제대로 길러보면 된다. 그들은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정부 탓만을 하며 뒤로는 탐욕을 모두 채워나간다. 

 

이런 이들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할 뿐이지 물고기를 애호하는 사람은 아니다. 

 

마지막 네번째 그림자는 분량이 꽤 많은 관계로 다음 4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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