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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이야기 ━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4부) - 외래어종에 대하여

by 하늘종개 201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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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호인에 의해 출판되어 민물고기 사육서라고 판매되는 책이 있다. 그 책에는 "외래어종은 우리 재래어종에게 피해를 끼치니 잡아서 놓아주지 말고 죽이자"는 지극히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심지어 강변에 던져 죽이면 법에 저촉이 되니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자는 친절한 안내까지 곁들여져 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나라 토종어종에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한다. 국가에서는 외래종을 생태계위해동식물로 지정하여 퇴치 행사를 기획하고 그를 위한 기초연구에 지원을 하고, 학계 (일부를 제외하고서)에서는 배스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제거할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아서 진행하는데 참여함으로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한다. 그리고 시민 단체와 동호회에서는 자발적으로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을 잡히는 대로 죽였다. 그들이 말하는 물고기에 대한 사랑은 적어도 외래어종에 대해선 매정하리만큼 예외였던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배스를 퇴치하기 위한 모임이 조직되기도 하였다.

 

전국민적인 매국노로 외래어종은 단단히 찍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나는 줄기차게 2가지 주장을 했다.

 

"퇴치무용론"과 "이식행위사전차단"이 바로 그것이다.

 

1. 퇴치 무용론

외래어종의 대표격인 배스가 도입된 국가는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원산지인 북미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에 도입되었다. 물론 그들은 이식된 이후에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나일농어에 의해 빅토리아호수의 시클리드 종류가 대다수 사라진 것을 굳이 인용치 않더라도 외래어종의 유입은 재래종 군집에 문제를 야기한다.

 

문제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어가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나둘 생겨나게 마련이다. 외래어종 역시 문제가 쌓여가고 그로 인한 피해가 생겨가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해결책도 빛을 보지 못했다. 바로 이웃한 일본을 들여다보자. 그들은 외래종 도입의 역사에서 매우 선진적(?) 이다. (참고로 우리로부터도 버들붕어, 가물치를 가져다가 방류하기 하였다.) 전세계 각국으로부터 외래어종을 도입하여 방류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 외래종들 중 가장 문제를 크게 일으키는 종이 바로 배스와 블루길이다. 특히 배스는 어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수십년간 실행해왔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일본은 외래종, 특히 배스를 퇴치하기 위하여 많은 시도를 했음에도 여전히 배스는 퇴치되지 않았다. 왜 일까? 이건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산술적 이해만 가지고도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이다. 전북 군산의 은파유원지에는 미제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저수지에는 풍부한 개체수의 배스가 서식하고 있다. 배스로 인해 저수지 내의 납자루아과는 거의 절멸하였고, 어종 군집이 예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미제저수지의 배스를 제거하기 위하여 지역단체에서는 일년에 한차례씩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배스퇴치낚시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때 600마리 정도의 배스가 제거되었다고 한다. 행사 뿐만 아니라 미제저수지를 찾는 배스루어낚시꾼들 대부분은 잡힌 배스를 놓아주지 않고 땅에 패대기쳐 서 죽인다. 그러니 제거되는 배스의 숫자는 매우 많았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배스가 제거되었음에도,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배스는 여전히 그 호수에서 번성하였다. 낚시인들은 여전히 배스를 낚으러 그 저수지로 향했다. 차분히 계산해보자. 1년 내내 조금씩 제거되었으니 정말 많은 개체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여유있게 1년 동안 꾸준히 제거된 배스가 10,000마리라고 치자. 

 

배스의 어미 한마리가 포란하는 알의 숫자는 평균 30,000개 가량 된다. 그중에 1/10만 생존해도 3000마리다. 1/100만 생존해도 300마리다. 문제는 이게 1마리의 어미로부터 나온 치어의 숫자라는 사실이다. 어미가 10마리만 되어도 1해에 사라진 배스의 개체군을 충당하고도 남을 집단이 새로이 만들어지게 된다. 

 

왜 배스와 같은 외래종이 잡아내도 잡아내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지 이제 설명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상식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수치만 보고도 감이 올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배스=나쁘다"의 감정적 편향을 갖는 분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거나 혹은 몇가지 우회적 대응전략을 택할 여지가 충분하다. 

 

한가지 대표적인 대응전략은 "배스를 비롯한 외래종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외래종을 퇴치하는 행사 내지는 활동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로 요약된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배스는 일개 국민이 들여놓은 것이 아니고 국가기관에서 한 행동이다. 우리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인데 왜 국민들이 경각심을 느껴야 하는가. 그리고 그 퇴치행사 내지는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과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보자. 우리 물고기를 보존하기 위한 예산에 필적하는 비용이 외래종 관리에 쓰이고 있지 않은가?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동물을 죽이는 것을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주된 이유는 학대 행위를 한 사람이 동물과 연관이 있는 인간에게도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잠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교육행위는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필요에 의하면 생명을 죽여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요즘 해부수업이 논란에 있지 않은가? 물고기 해부수업을 진행해보았지만, 이것이 갖는 교육적 효과는 다른 것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외래어종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갈아야 될 대상은 외래어종이 아니다. 이를 갈아야 하고 그것에 응분의 책임을 감수해야할 사람은 바로 이식을 한 행위자다. 이식으로 인한 그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식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식행위를 막을 방도는 놀랍게도 현행법상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에서만 자연서식하는 산천어를 서해안의 금강에 방류한 들 그런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강과 호수에 배스를 들여놓은 사람은 책임에서 쏙 빠져나갔다. 한국으로의 배스와 블루길의 도입은 박정희 시대 때 일본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배스와 블루길은 북미가 원산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여놓은 배스와 블루길은 일본으로부터 가져온 집단이다. (단백질 공급을 위해 들여왔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미 현지에선 배스는 게임피쉬 다시말해 낚시용물고기이지 엄밀히 식용으로 애호되는 종은 아니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한번 드셔보시길...)

 

이때 들여놓았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배스로 인한 문제에 대해 책임은 고사하고 잘못을 시인하는 경우도 볼 수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블루길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었던 일왕이 직접 잘못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잘못은 사람이 했으므로 그것의 책임과 비난도 사람이 받아야 하는게 상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무너져 버린다. 

 

문제를 일으킨 행위자를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한 이식과 외래종 문제는 영원히 사후약방문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다음의 대안적 주장을 한 바 있다.

 

2. 이식(방류행위) 근절

앞서 상당부분 이야기를 했다. 이식과 외래종의 문제는 사전관리가 사후관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합법적으로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피라냐가 유통되고 있다. 물론 관상용의 목적이다. 누군가 이 피라냐를 강에다 풀어놓았다고 가정해보자. 열대어지만, 따뜻한 여름이나 온배수가 나오는 도심하천에서는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다. 풀어놓은 사람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풀어놓은 피라냐에 사람이 다치더라도 우리는 피라냐를 해할 뿐 그것을 풀어놓은 사람은 어떤 죄도 물을 수 없다. 이웃한 중국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강에 방류된 피라냐로 인해 사람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고, 관계당국에서 피라냐를 잡아서 제거하는 것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해프닝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전국 방방곡곡 채집을 다니며 열대어나 외래종을 잡아본 경험이 나로선 점점 흔해지고 있다. 경기도 청평에서는 아마존의 엔젤피쉬, 청주의 저수지에서는 열대어 구피, 낙동강의 끄리, 대농갱이, 금강의 산천어.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 관상용으로 거래되는 생물의 방류를 법적으로 막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생태계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종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한국 내에 반입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외래종이 제거된 역사는 없다. 앞으로도 외래종을 제거하는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외래종을 막기 위한 민, 관, 학의 협력과 과학적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지극히 상식적인 내 주장은 많은 이들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

 

우선, 배스퇴치를 위해 결성된 낚시단체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배스 제거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는데, 낚시를 통한 퇴치가 무용하다 하였으니 나는 당연히 그들의 공격대상이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해서 공격에 대한 방어는 간단했지만, 끈질기고 집요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너 배스낚시꾼들과 한패지?", "너 배스 손맛 볼라고 퇴치 반대하는거지?", "배스 계속 잡으면 제거된다. 계속 안 잡으니 제거 안되는거다."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했다. "배스 낚시 좋아하지만, 배스가 사라졌으면 좋겠고요. 주장을 하시려면 증거나 사례를 들고 오셔야죠. 계속 잡아서 제거 시킨 사례나 결과를 보여주세요" 나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신공격의 공세를 더욱 높여갔다. 네거티브가 극에 달할 무렵 나는 이성으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토론을 중단했다.

 

동호인들 역시 대다수가 내 주장을 묵살하였다. 그들은 지극히 감성적으로 외래어종에 접근하였다. 잡아서 없애야 한다는게 그들의 주된 주장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보단 피해에 대한 감정을 배설하는데 더욱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맹목적인 분노와는 달리 다행히 아직 외래어종에 의해 절멸한 재래종은 한 종도 없다. 안정적으로 서식지가 관리된다면 앞으로도 외래종에 의해 직접적으로 절멸할 종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대하는 경향이 있다. 무지함은 폭력을 낳는다."

 

외래종을 이해하고 그들을 연구함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종의 역동성을 연구할 수도 있고, 제거 까진 아니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외래종을 제대로 아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외래종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만을 부추기는 현재의 상황이 그래서 못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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