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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드롭아웃> 시청기: 사기의 조건 그리고 대처법

by 하늘종개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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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노스 대표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을 드라마로 옮긴 드롭아웃을 보게되었다.

 

어떻게 사기를 치고 사람들을 착취하는지 너무도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몰입감 있게 보았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묘사, 다시말해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사기의 징후 그리고 요소들에 대해 글로 정리해두고 싶었다. 

 

1. 사기는 매력적인 장치 혹은 논리를 과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기는 있을 법한 이야기와 허무맹랑한 이야기 사이의 그 어느 지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암을 혈액으로 진단하는 방법은 점점 진보하고 있고 일정 부분 신뢰할만한 결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말해, 혈액검사는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혈액 한방울 혹은 몇방울만으로 만병을 진단하는 기술력은 현재로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가깝다. 테라노스의 사기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피 몇 방울로 수많은 질병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꿈과 같은 장비가 개발되었다고 사기를 치는 것이다. 이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사기의 중요한 요소를 한가지 더 알게 된다, 사기는 "절대로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백~수천명이 머리를 맞대고 답을 얻으려 했던 문제를 단 한문장으로 설명하고 해소되었다고 말한다면, 의심의 눈으로 보면 열에 아홉은 틀림이 없다고 보아도 좋다.

 

2. 카리스마

카리스마는 리더의 미덕으로 흔히 예찬된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그것을 뒷받침할 능력과 근거가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 우리는 사기극을 의심해볼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 엔지니어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 상용화된 전기자동차, 재활용되는 위성발사체를 운용하고 있다. 손에 잡히는 보여주는 것이 없는 카리스마는 허상이며, 스스로를 향한 검증을 방어하는 방패로 악용된다. 우리는 사기극의 처음과 끝까지 그들의 주저없는 단호함과 직관, 그리고 놀라운 수준의 추진력을 보게될 것이다. 

 

3. 정보의 통제

사기는 정보 싸움과 같다. 정보량이 늘어날 수록 진실을 숨기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진실된 정보는 줄어들고 거짓된 정보가 늘어나는 것은 성공적인 사기의 전제조건이다. 당신이 알아야만하는 정보가 제한되고 통제되는 상황이 위의 1번과 2번에 맞물려 지속적으로 발생된다면, 우리는 그 상황이 사기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의 결과물에 의구심이 들어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음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면, 원인은 기술과 노하우 유출을 우려해서가 아닌, 사기가 뒷받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출판된 논문의 데이터 조작이 이루어진 경우 대부분은 데이터 공유가 제한적인 것만 보더라도 정보가 통제된다는 것은 사기의 피할 수 없는 기본 전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4.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을 우선 포섭, 하지만 내부고발자를 적극적으로 고립, 협박 및 제거

사기는 정보의 싸움이면서 사람간의 투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의 사기극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단속은 매우 치밀하게 전개된다. 실제 테라노스의 연구부서의 한 직원은 회사측의 지속적인 압박,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한다.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자기사람으로 곁에 두고 포섭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들의 신뢰와 충성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양심을 속일 수 없는 내부고발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내부정보유출을 막는 서약서, 법 등을 들먹이며 예방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을 시, 이들은 자신의 비밀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제거하려고 한다. 소송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거짓말에 능숙하여 남을 기만하고 그것으로 이득을 거두는 사기꾼의 표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매우 치밀한 포위망을 구축한다.

 

5. 권력자들을 포섭하고 세력을 과시

그 포위망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힘있는 사람들을 등에 업는 것이다. 영향력이 큰 사람을 포섭하여 자신의 사기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은 소설, 영화와 같은 창작물은 물론 실제 역사와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상황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반달 최익현은 남천동 사는 서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실제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사기꾼들은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기를 완성시켰다. 이런 포섭전략에서 로비는 빛을 발한다. 금품,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이라 할만하다.

 

6. 보여지는 겉모습을 갈고 닦는다.

사기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서로 극적으로 다르다. 이는 두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매력적인 카리스마로 사기를 포장하기 위함, 둘째는 실제 자아로부터 사기를 치는 죄인인 자아를 유리시키는 자기방어 기제가 바로 그것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자신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저음으로 변조시키려 노력했고, 자신의 드러나는 모든 면의 모습을 실제 자신과 철저히 유리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기꾼은 목소리만으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를 저음으로 내리깔며 천천히 마치 연기를 하듯 말과 행동을 시작할 때 마다 했었던 이야기는 결국 모두 거짓말이었다.

 

7. (실제로는 강자에 가깝지만) 자신을 약자 언더독으로 포장한다.

픽션 그리고 실제 생활속에서 마주한 모든 사기꾼은 자신을 약자, 기존의 세력에 대한 대항마, 마이너리티, 언더독으로 포장하고 싶어한다. 과학적 근거가 충만한 백신을 기득권 세력화하며 연명하는 안티백서들이 대표적이다.

 

8. 명분 게임에 능하다

앞서 말한 내용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사기극을 뒷받침할 명분 게임에 매우 능하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홈즈는 "우리는 여성을 지지하고 유리천장을 깬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물론 실제 그녀의 삶은 여성들과의 연대가 아닌 그들을 착취하며 알파메일을 동경하며 카피했던 삶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사기치는 사람들은 이런 명분에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다. 예를 들면,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는 대중 대다수가 지지할 명분을 내세우고선 실제로는 아무 근거와 효과가 없는 사기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이권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 표어 뒤에 감춰진 알맹이를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사기꾼들에 대처해야 할까?

 

1. 증거확보

드롭아웃에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어부의 전략이 등장한다. 요약하자면, 인내심을 갖고 때를 도모하면 된다. 그럼 그 때는 언제오는가? 증거가 충분히 모였을 때, 그 시기에 대한 확신은 오기 마련이다. 사기는 필연적으로 흔적을 남긴다.

 

2. 나와 주변인들이 그 사기극에 관련되지 않도록 거리두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3. 무서워하지 않고 연대

사기꾼들은 사기에 대처하려는 사람들에게 법적 조치로 공갈하고, 주변인들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권모술수로 내부고발자와 외부비판자들에게 겁을 준다. 이에 대해 드롭아웃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등장한다. 언론사 편집장이 위와 같은 압력에 스트레스를 받는 기자에게 전해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기들이 무서우니까 무섭게 구는겁니다."

누가 더 무서울까? 사기를 친 사람? 아니면 내부고발자? 한번 진지하게 따져본다면, 사회초년생인 내부고발자가 더 잃을게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무섭게 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약자의 언어는 언제나 혐오와 적대적 증오 뿐이다.

 

그래도 무섭다 외롭다 어떻게 해야하나?

"제보자를 확보하고 연대하자"

사기극이 길어지고 광범위해질수록 좋은점(?) 하나는 양심을 갖고 있는 내부고발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들과 연대하자. 물론 한가지 조심할 점은 그들의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회유와 압박으로 내부고발자들 사이의 연대를 이간질하고 고립시키는 것은 사기꾼들의 필수 소양으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오래가 된 것 같다.

 

이처럼 사기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기꾼을 마땅히 고발하고 손가락질 해야한다.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막고 이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고 평온하게 바꾸기 위해...

 

그 용기를 북돋기 위해, 이 시대의 손에 꼽을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가 모토로 생각했다던, 스타워즈 속 요다의 어록을 끝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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