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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산책 요즘의 동네 산책 풍경과 몬트리올 버전 가로수길 풍경을 살짝 공유해본다. 벽화에 진심인 동네. 형형색색 동네풍경이자 출퇴근길. 하늘 빛깔은 가히 따라올 곳이 없는 듯 하다. 그런데 저건 파리? 동네 산책 중 공원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이 다시 찾아오고 있는 몬트리올의 모습이다. 여자아이의 강력한 태클과 드리블이 인상적이었다. 매일 지나치는 통로. 매일 출근을 할 수 있는건 다행인일이다. 동네 산책중 만난 건물외벽을 덮어가는 덩굴의 모습 자연과 인간의 가공물이 동화되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상징성이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해 찍어봤다. 누군가는 지저분하다 느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이건 하나의 예술품에 가까웠다. 2021. 8. 6.
몬트리올 화이자 백신 완전접종 후기 일상을 앗아간 팬데믹의 와중에 천만다행으로 백신들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그 백신의 수혜를 감사히 입게되어 그 경험담을 이곳에 공유해본다.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캐나다에는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가 승인되어 보급되고 있다. 첫단계에는 고령층 위주로 접종이 개시되었고, 이후 관련 업종 종사자, 그리고 하위연령대로 차등 예약과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접종 예약은 관련 지방정부 홈페이지에서 웹으로 신청가능하다. 내 경우 워크퍼밋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의료보험카드번호만 있으면 간단한 웹폼 입력으로 접종 예약이 가능했다. (참고로 유효한 의료보험카드가 없더라도 접종 신청이 가능하다.) 예약을 한 날짜가 되기 이틀전 예약 확인 메일이 날라오는데, 컨펌을 한 뒤 예약당일 메디컬 카드를 들고 접종장소에 방문하면 .. 2021. 8. 2.
인간낚시질 내가 아마츄어 그리고 연구자로 삶을 시작하며 만난 일부 사람들은 가짜정보로 인간낚시질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어디가면 특별한 무언가를 볼 수 있다" "어떤 논문에서 A라고 주장했다지만, 실은 그건 아니더라" "저게 사실인줄 알았는데, 저건 사실 말이 안되는 주장이더라" 위의 주장들 대부분은 진위여부와 검증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넘어가기만 한다면 진을 빼놓을 수 있다. 과거의 나는 귀가 무척 얇았기에, 그들의 거짓에 낚여 헛발질, 허송세월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재현성이 0에 수렴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의 케이스가 누적되어서 어느 정도 초연해졌다는 점은 무척 다행이다. 이런 낚시질은 주로 중년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들의 전유물이곤 했는데.... 2021. 7. 25.
생물종 보전을 위한 세가지 축 1. 중앙정부 차원의 근거 중심의 보전 정책 시행과 2와 3의 작동을 위한 예산 지원 2. 1의 보전정책과 상충되지 않는, 지역사회의 구성원과 그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자치 규범 3. 1과 2의 정책과 규범에 이론적 근거를 더 해주는 학술연구 이 세가지 축은 상호 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견제와 고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그밖에도 여러 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세가지를 압도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요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2021. 7. 1.
팬데믹 시대, 캐나다에서 경험한 처참한 의료 서비스 캐나다 온지 몇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의료 서비스를 경험했다. 정확히는 퀘벡주의 의료서비스라 하겠다. 정말 문자 그대로 눈물 나는 서비스를 경험했기에 그 감동(?)을 잊지 않고자 이렇게 여기에 적어본다. 속도와 질 캐나다의 의료서비스는 심각한 질환이 아닌 경우 속도와 질 면에서 매우 만족도가 낮기로 악평이 자자하다. 정말로 정말로 느리다. 아침 8시에 병원을 가기 위해 외출해서 집에 들어온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참고로 병원과 집 사이의 거리는 30분 정도. 팔이 잘리거나 뼈를 붙여야 하는 대수술이었다면 이 정도 시간은 이해라도 하겠지만,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시간은 30분도 채 안된다. 한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소요시간만이 문제라면 악평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전반적인 서비스.. 2021. 6. 28.
전시기관과 희귀한 생물 아래 기사는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진귀한 생물의 음성적인 뒷거래를 지적한 논문을 소개하고 있다. https://m.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99809.html 이 도마뱀 보신 적 있나요?…나쁜 동물원에선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귀없는왕도마뱀 150년 만의 재발견 뒤 확보 경쟁반출 불법이지만 일본 등 16개 동물원서 전시 www.hani.co.kr 생물전시기관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은 진귀한 생물들의 교육과 전시 그리고 보전을 위해 생물을 직접 포획하거나 포획된 생물들을 거래하곤 한다. 그리고 그 거래는 위의 도마뱀류의 사례처럼 종종 불법적이고 생명윤리적으로도 흠결을 갖고 있다. 불법적인 문제를 둘째 치더라도 동물원 수족관에 대해 내가.. 2021. 6. 25.
물고기는 물살이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동물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물고기의 명칭을 물살이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고기라는 표현에 생명을 착취/차별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그들 주장의 근거로 이해된다. 그리고 지금 이런 급진적인 주장은 그들이 제안한 여러 대체 표현들(예: 꿀팁 -> 귤팁)과 함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물고기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나설 필요는 전혀 없고 게다가 나는 언어학자도 아니기에, 별 의견은 보태지 않을 생각이지만, 물고기를 좋아하고 평생을 연구할 물고기 과학자로서 물고기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나는 물고기를 아끼고 존중하지만, '물고기'를 멸칭이라 생각하지 .. 2021. 6. 6.
몬트리올 4년차의 일상 2018년 8월에 이곳에 온 이후 정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코로나로 인해 날아간 1년은 뒤로하고 이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나하나 해나가는 와중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1년의 일상을 올려본다. 2021. 6. 3.
보호종 채집에 대한 공지 후기 겸 앞으로의 예상 https://fishes.tistory.com/313 위의 글을 쓰면서 두가지를 예상했다. 첫째, 대다수의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은 보호종의 포획에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보호종 채집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 둘째, 채집의 의도성을 법적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빈틈을 파고들어, 의도하지 않았다고 허언하며, 보호종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 다행인 것은 그 글이 생각보다 많이 퍼져나가, 보호종 포획에 허가가 요구된다는 법 조항을 적어도 그 글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지했다는 것이고, 그들 중 대다수는 첫번째 예상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행히도 아직 상식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 2021. 6. 2.
멸종위기종 채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들어가며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한 종(이하 '멸종위기종' 혹은 '보호종')을 허가 없이 채집하는 것은, 지난 글(https://fishes.tistory.com/285)에도 적었다시피,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의 채집을 금지하는 규정은 내가 아는 한 많은 국가에서 시행중이다. 내가 만난 국내외 보전생물학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 대부분은 포획 자체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지 않으며,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편타당한 규제라는 점에 동의한다. 해외에서는 낚시로 의도치 않게 낚여져 수면 밖으로 나올지라도 처벌하는 규정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낚시바늘의 미늘을 제거하고 수면 근처에 보호종이 보이면 물고기가 바늘을 스스로 털어내도록 하는 방법까.. 2021. 5. 13.
금강 큰줄납자루의 운명 들어가며 사람들은 희귀한 것에 집착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고갈되고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사회적으로 합의하여 법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최근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 시작한 한 물고기가 있다. 그리고 그 물고기를 둘러싼 몇가지 현상이 몇년 동안 벌어지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사회적인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생각되어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 금강 큰줄납자루의 발견 큰줄납자루라는 물고기가 있다. 전 세계에서 섬진강 그리고 낙동강에만 사는 귀한 민물고기이다. 가까운 종으론 줄납자루가 있다. 줄납자루는 한국에서만 살긴 하지만, 동해안과 섬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강에서 만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종이다. 어느날, 한 저명한 현장전문가가 200.. 2021. 5. 8.
미니멀리스트 되기 Being a minimalist 2004년, 대학교를 타지로 가게 되어 집을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네 번의 큰 이사를 했다. 학부 신입생 때 한국의 서쪽 끝 해안가 동네로 이사해서 4년을 거주했고, 그 이후 연구소 계약직 일을 시작하며 강원도와 맞닿은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이주하여 1년 못되게 거주했다. 그 후 잠시 서울에 머무르다 고향집에 내려가 2년을 보낸 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동남쪽 지역으로 건너가 8년을 보냈다. 졸업후엔 포닥을 시작하며 캐나다 동부의 몬트리올로 건너와 살게 된 것이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크게 네 번의 이주를 하다 보니 내 짐은 점점 줄어들어 갔다. 처음 학부 기숙사에 들어갈땐 어머니 지인의 트럭으로 이사를 했었고 그때 기억으로 이삿짐의 규모가 사과박.. 2021. 4. 26.
진심의 법칙 60:30:5:5 60 : 30 : 5 : 5 내가 하는 발언에 대해 60%의 사람은 듣는 체도 안하고 30%의 사람은 듣는 척이라도 하지만 그저 내 말을 흘려 듣는다. 그리고 핵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나머지 10% 중 절반인 5%는 내가 해준 말을 듣기도 잘 들을 뿐더러 내 말을 진지하게 참고하고 그들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한다. 소화가 된 것이다. 마지막 5%는 내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고 그것을 그대로 그들의 행동에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내 앞에서 드러낼 뿐 도무지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타입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타입이다. 이처럼 어떤 발언을 한 들 그것을 듣고 반영까지 하는 사람은 많아야 100명중 5명 미만이다. 나머지는 듣지도 않고 들어도 반영하지 않고 그마저도.. 2021. 4. 25.
우리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들과 그 극복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의해 억압되곤 합니다. 억압은 분명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예컨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한 억압은 권장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를 부당하게 옥죄는 억압도 존재합니다. 그동안 여러 경험을 통해 부당한 억압을 구분하는 방법과 그 극복 방법을 간략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억압이 부당한지 정당한지 구분하는 방법은 정말로 쉬운데, 바로 '질문'입니다. 스스로 혹은 상대방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왜 그래야(만) 하지?” “왜 그러면 안되는 거지?” 위 질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흠 잡을 수 없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억압은 정당한 억압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불필요하고 부당한 억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누군가에게서 “.. 2021. 4. 19.
계통지리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 질문 2006년에 예전 블로그에 끄적거렸던 아래의 글과 그림을 발견했다. 학부시절 채집을 다니며 들었던 궁금증과 질문이었는데, 그후 대학원에서 분자를 다루기 시작하며 결국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계통지리학에 대한 연구를 했었다. 그러던 것이 박사를 마치고선 과거의 역사를 추론하는 것 뿐 아니라 최근에 벌어지는 진화를 유전체 데이터로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06년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내 모습을 과연 꿈에서라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소하게 끄적였던 글 몇줄 그리고 그 글을 낳은 나의 호기심과 질문이 나의 운명을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서쪽을 흐르는 물줄기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약 1만년~8천년전의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가량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 2021. 4. 14.
물고기의 서식지공개에 따른 피해 아래 글은 2008년 모 야생동물 관련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옮긴 것으로, 왜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들의 서식지 정보가 공유되서는 안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요즘은 일률적인 비공개가 아닌 선별적인 공개도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여전히 희소한 종들의 중요한 서식지는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채집지역의 훼손과 다른말론 교란... 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점차 심각해져가는 문제들이지요. 저는 본디 어류를 좋아했고 활동해오다 보니 자연히 어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류의 경우에도 최근들어 동호회가 성장하며 이에 대한 문제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특정다수를 향한 서식지 공개로 인해 일어나는 교란과 무분별한 남획인데요... 일단 .. 2021. 4. 14.
학계의 구조적 기회 차등에 대하여 세상 대부분의 환경과 자원은 균등하게 할당되지 않기에 구조적인 영합게임에 가깝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익을 입는 동안 누군가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는 연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누군가는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연구의 뜻을 굽히지만 누군가는 풍부한 재원을 물쓰듯 연구를 펼쳐나간다. 만약 재원의 획득이 능력과 실력이 갖추어진 준비된 연구자에게 우선적으로 할당되는 시스템이라면 이는 부조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100% 온당하다곤 못하지만). 하지만 그 불균등 덕분에 혜택을 입어온 것이 명백한 사람들이 그 불균등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펴지 못했던 절대다수의 사람들에 대해 연민, 겸손 혹은 배려와 거리가 먼 발언과 제스쳐를 보여줄 때 사람들은 마음이 상하게 된다. 그들의 연구를 뒷받침한 재원들이 실은 다른 .. 2021. 4. 7.
외래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외래종 퇴치와 히드라역설 제가 물고기와 연을 맺고 살아온지 3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보호종, 이식과 방생 등에 대한 몇몇 이슈가 있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걸렸지만, 제가 믿는 상식 선에서 여론은 수렴되어 왔습니다. 보호종을 몰래 기르는 것이 암묵적으로 당연시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보호종을 몰래 기르는 사람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습니다. 초창기에는 물고기를 이곳 저곳 이식하는 행동이 응원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식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외래종에 대한 사람들의 맹신은 절대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맹신은 바로 "외래종을 잡아서 죽이면 퇴치된다"는 맹신입니다. 이는 아래 글을 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fishes.tistory.c.. 2021. 3. 18.
당신이 페이스북을 탈퇴해야 하는 이유와 페이스북을 끊은 1년 후기 들어가며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그 사용자의 성질이 그 도구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사용되긴 어렵다. 누군가는 게임을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잠시 사용하지만, 누군가는 늪에 빠진 듯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소셜미디어 역시 누군가는 타인과의 교감을 나누며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도구로 활용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용용도와 다르게 소셜미디어의 늪에서 자신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 간의 소통만을 위해 설계된 공익적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시가총액이 전세계에서도 최상위에 랭크된 거대기업인데, 그들이 자신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용자의 이탈과 절제를 바랄까? 사용자의 중독적인 사용을 기대할까? 답은 우리 스스로 .. 2021. 1. 19.
살아있는 물고기의 삶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에 따르면, 독일 속담 중에 "죽은 물고기만이 물의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외부의 힘(권력), 대세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은 곧 죽은 삶이라는 은유가 담겨 있으며, 또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살면서 결국 자신을 극복하는 삶(위버멘쉬)에 대한 동경도 담겨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죽은 물고기는 니체의 낙타의 은유와 동일해 보이고, 초월하기 위한 투쟁의 지난한 과정은 사자의 포효와 동일해 보인다. 치열하게 살고 회의하고 고뇌하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한 없는 긍정과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함이 가득한 생의 모든 면에서 스스로 완성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는 생의 마지막 우주의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그 최고의.. 2020. 12. 6.
taxonomic vandalism 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the-big-ugly-problem-heart-of-taxonomy-180964629/?fbclid=IwAR36v5i432w3N_1EWY3xCZUOvMD_35566FNIRiSFEIMSwhiUmDqg5wSujvQ A Few Bad Scientists Are Threatening to Topple Taxonomy Naming species forms the foundation of biology—but these rogue researchers are exposing the flaws in the system www.smithsonianmag.com 생물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단지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2020. 11. 22.
brook trout 캐나다에 포닥으로 온지 어느덧 3년차. 그동안 내가 붙들고 있었던 물고기인 brook trout. 한국의 연어과 어종인 곤들매기와 같은 속의 찬물에 사는 물고기다. 이 물고기를 채집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며 느낀 점은 굉장한 다양성을 가진 종이라는 것 해발고도 2400m의 혹독한 연못에서도 잘 살고 왠만한 농수로보다 작은 개울에서도 잘 살고 얼음장 같은 북극 근처 호수와 개울에서도 잘 산다. 바닷물에서도 잘 살고 민물에서도 잘 산다. 몸크기도 무늬도 각양각색 그야말로 plasticity의 표준이 아닐까? 마치 한국의 버들치를 떠오르게 한다. 물고기의 집단유전학을 깊이있게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처럼 매력적인 종은 흔치 않을 듯 싶다. 그리고 이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종이기도 하다. 2020. 11. 21.
<논문, 알기 쉽게 톺아보기> 한국산 각시붕어 수컷의 혼인색과 암컷의 배우자 선택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기초과학 연구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세금 덕택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초과학 연구결과를 납세의 의무를 다한 한국의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 공간을 통해 제가 했던 연구 성과들을 대다수 납세자 여러분께서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한글로 보다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처음 소개할 연구는 제가 애정하고, 저를 물고기의 세계로 이끈 각시붕어에 대한 논문입니다. 논문 제목은 이고 지난 2012년 한국어류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저에게 책과 강의를 통해 큰 가르침을 주신 최기철 박사님께서 창립하신 학회이기에 저의 연구자로서의 시작은 어류학회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연구를 하게 된 이유: 화려함의 이유 납.. 2020. 11. 21.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방법 살면서 소시오패스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소시오패스의 출현빈도는 통상 4%라고 하니 단순 확률로 계산하면 당신 곁의 25명중 한명이라는 소리다. 소시오패스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드는 대상이 있다면 최선의 대처는 서로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것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상황에 불과하다. 소시오패스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활용해 타인을 착취하고 이를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점유하곤 한다. 따라서, 그들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오패스에 대한 대처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소시오패스가 타인의 자존감을 무력화시키고 착취하기 위해 구사하는 기법이 마치 판화로 찍어내듯 유사하고 지극히 기계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절부터 왕.. 2020. 8. 23.
연어과 어류의 몸 크기 감소에 대한 연구 www.nature.com/articles/s41467-020-17726-z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위해 설익은 결과를 발표하기 급급한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아무 데이터 없이 뇌피셜로 소설을 쓰는 전문가 타이틀을 갖는 사람도 있다. 아마 이 논문은 그 사람들에게 교훈을 줄 연구가 아닐까 싶다. 이 논문에는 "연어과의 몸 크기가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40년이 넘는 기간동안 1250만마리로부터 얻어진 데이터가 사용되었다. 2020. 8. 21.
신뢰의 변수 말은 거짓으로 꾸미기 쉽지만, 행동은 힘들기 때문에 말을 신뢰하기보단 행동을 신뢰해야 한다. 누군가가 "나는 부지런하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은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누군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할 일을 하는 것"을 본다면, 그것은 진실에 가깝다. 물론 그 행동 역시 고도로 기획되고 연출된 것일 수 있으므로, 그 행동이 누적되어야 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처럼 누군가의 신뢰성을 판별하려면, 말보단 행동을 보아야 하며, 이왕이면 그 행동으로 인해 누적된 결실도 함께 보아야 할 것이다. C = B + O 2020. 8. 4.
물고기 연구자가 되는 길 들어가며어릴때부터 물고기가 좋아 아마츄어 활동을 하다가 물고기 연구자가 된 케이스는 흔치 않다. 내가 아는 한, 나는 아마츄어에서 연구자로 성장한 1세대다. 그러다보니 물고기를 좋아하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물고기 연구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문의를 하곤 한다. 이에 내 경험과 생각을 널리 공유해보고자 글을 적어보게 되었다. 본질과 기초만약 누군가가 요리사가 되길 희망한다면, 이 사람이 요리사가 되기 위한 길은 다음과 같이 다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요리를 잘하는 장인의 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도우며 그의 요리를 배우며 경력을 쌓은 뒤에 자신만의 식당을 차리는 방법도 있고, 요리학원을 다니며 요리 자격증을 따서 개업을 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유학을 가서 유명한 셰프의 밑에서 배우는 수도 있다... 2020. 7. 30.
분자생태학 톺아보기 (an Introduction to Molecular Ecology) 2018년 2월 박사 졸업을 마치고 그해 8월부터 포닥 과정을 시작하며,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 변화와 더불어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적 분위기는 나로 하여금 지식의 공유와 확산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했다. 그 결과, 생명과학분야의 포털 사이트인 브릭 (BRIC)에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누기 위한 연재를 지난 2019년 봄부터 시작하였고, 1년이 넘는 기간동안 8편의 연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각 연재들에서는 내가 박사과정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고등학생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분자생태학의 개론과 분자생태학에 활용되는 분자마커의 의미, 종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그 분자마커들을 응용하는 내용을 나머지 6편에 풀어냈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께서 조금이라도 이해가 .. 2020. 7. 24.
유사전문가 예전에 읽었던 글 중에 인상깊은 글은 개인적으로 저장해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 글들 중 "머지않은 장래에 인용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 장래가 빨리 다가온 듯 하다. 그 글인 즉 다음과 같다. 전문가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 전문가 근래 대중적 호응을 얻는 이들 가운데 전문가/전공자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그 배척을 통해서 자신의 팬덤을 구축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나는 이런 부류를 '유사pseudo 전문가'라 부른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사회에서 전문지식의 대중화는 꼭 필요하다. (나는 이 '대중화'를 '전문지식정보의 사회환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지식 커뮤니케이터'나 '지식 큐레이터'의 역할이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2020. 7. 20.
열린마음과 닫힌 마음 한가지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확실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 누군가는 박사학위를 마치 종착역처럼 여기지만, 실은 출발점이다. 여전히 배울건 많고 내가 아는건 극히 일부분에 국한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심지어 남들은 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상살이에 필수적인 어떤 경험이 결여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배움의 끝은 없다. 그것은 어느 분야건 마찬가지이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다양한 분야의 대가들은 배움의 문을 언제나 열어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배움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스펀지와 같은 흡수력을 갖고 있다. 아무리 고집센 사람이었을지라도 배움의 그 순간만큼은 일말의 고집을 부리지 않았..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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